![]()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을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을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을 들고 서있 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꺽인 채 꺼꾸로 쳐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꽃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서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 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이 다시 온다면 <2004년>
|
'현대 詩 1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 / 김기택 [현대시인 100명의 애송詩 100편중 32편] ** (0) | 2008.02.12 |
---|---|
**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현대시인 100 명의 애송詩 100편중 31편] ** (0) | 2008.02.11 |
** 성탄제 / 김종일[현대시인100명의 애송詩 100편중 29편]** (0) | 2008.02.09 |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오탁번[시인100명이 추천한 애송時 28편] (0) | 2008.02.05 |
** 광야 / 이육사 [현대시인100명의 애송詩 100편중 27편] ** (0) | 2008.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