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 (木手)네집
헌 삿을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 혼자도
너무 많은것 같이 생각하며
달옹배기에 북덕불 이라도 담겨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가슴이 꽉매여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그러나 잠시 뒤에 고개를 들어,
허연 문장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
보는것 인데,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것이 있어서 나를 내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장을 치기도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것이었다. (1948>
귀향 / 곽성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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