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무덤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먼지 내 나는 내 곳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작달막한 삽 한 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殮)하며
        마른 볏 짚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 <2007> Danny Boy - Mickey Newb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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