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께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되고 놀란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수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얏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듭니다. <1926>
A love so beautiful / Michael Bo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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