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듯 한데 나에겐 알아들을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꿈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 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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