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 윤 동 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
'사랑처럼 슬픈' 소년의 초상화 
신수정·문학평론가 

All For The Love Of A Girl / Paul Mauriat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



 개구리 / 한 하 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1949) 
소록도 가는 길… 개구리 讀經 소리 가득하구나 
장석주·시인 


 개구리 / 동요

 

 나무 속의 자동차 - 봄에서 겨울까지2 
오 규 원
뿌리에서 나뭇잎까지
밤낮없이 물을
공급하는
나무
나무 속의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뿌리 끝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물탱크 가득 채우고
뿌리로 줄기로
마지막 잎까지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는
나무 속의
그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그 작은 차 한 대의
물탱크 속에는
몇 방울의 물
몇 방울의 물이
실려 있을까
실려서 출렁거리며
가고 있을까
그 작은 식수 공급차를
기다리며
가지와 잎들이 들고 있는
물통은 또 얼마만 할까
 
<1995년>
물을 기다리는 가지와 잎… 나무는 '작은 우주' 
신수정·문학평론가 


Rancho Deluxe / Tol & Tol


 산 너머 저쪽 / 이 문 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1988)
싸움도...아픔도...왕따도. ..없는곳.. 그곳에 가고싶다

장석주·시인
Chet Atkins연주 / Why Worry

 

 꽃씨와 도둑 / 피 천 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1997)
가진 건 꽃과 책뿐… 도둑이 깜짝 놀랐네 
신수정·문학평론가 


Paradiesvogel(낙원의 새) / James Last Orche.



 비 오는 날 / 임 석 재
 조록조록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
나가 놀까 말까 하늘만 보네.
쪼록쪼록 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
창수네 집 갈래도 갈 수가 없네.
주룩주룩 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
쭈룩쭈룩 쭈룩쭈룩 비가 오는데
누나 옆에 앉아서 공부나 하자. 
<1980>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비… 소년을 집에 가뒀네 
장석주·시인

하와이안 기타

 

 그냥 / 문 삼 석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2000) 
말로 담아낼 수 없는 아이와 엄마의 사랑
신수정·문학평론가

섬 집 아 기 / 한국챔버코랄

 

 해바라기 씨 / 정 지 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꽥!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1939) 
참새 몰래 심은 씨앗… 청개구리가 엿보네 
장석주·시인 


   보리수 / �쳐 소년 합창단 

 

 퐁당퐁당 / 윤 석 중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1932년>
귀를 간질이는 소리 '퐁당 퐁당' 
신수정·시인 


퐁당퐁당 / 이선희


 담요 한 장 속에 / 권 영 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한밤중에 내 발을 덮어주시던 아버지… ** 장석주·시인
하얀 모래의 꿈 /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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