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 / 임 길 택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할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1995) 
아버지 매에 스며있는 '눈물' 
신수정·문학평론가 

Oh, my pa-pa / Roger Whittaker



 별 / 공 재 동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1985년> 
슬픈 사람에게 별은 친구이자 애인 
장석주·시인 
 
Kleine Traummusik(작은 소야곡) / Norman Candler

 

 구슬비 / 권 오 순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1937년>
우리말의 아름다움, 구절마다 '송송송'
신수정·문학평론가
 

 

 귀뚜라미 소리 / 방 정 환
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
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 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
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
<1924>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
장석주·시인 
 
 

Moonlight Dancing / Vicki Delor

 

 송아지가 아프면 / 손 동 연
송아지가 아프면 온 식구가 다 힘 없제
외양간 등불도 밤내 잠 못 이루제.
토끼라도 병나면 온 식구가 다 앓제
순덕이 큰 눈도 토끼 눈처럼 빨개지제
<1986>
동물과 인간, 자연이 하나 돼 살아가는 곳
신수정·문학평론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오/황병덕(바리톤)

 

 미술시간 / 김 종 상
그림붓이 스쳐간 자리마다 
숲이 일어서고 새들이 날고 
곡식이 자라는 들판이 되고 
내 손에 그려지는
그림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그려서 만든 것이 아닐까?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가면
집이 세워지고 새 길이 나고
젖소들이 풀을 뜯는 풀밭도 되고 
색종이로 꾸며 세운
조그만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만들어서 세운 것이 아닐까?

아이들 손끝에서 숨쉬는 자연 
장석주·시인 

 

Paradiesvogel(낙원의 새)/James Last Orchestra


 

 "닭" / 강 소 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1937)
단 네 줄에 압축된 닭의 '모든 것'
신수정·문학평론가 

 Love Bird / James Last Orchestra  


 먼지야, 자니? / 이 상 교
책상 앞에
뽀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2006) 
작고 볼품없는 것들에 대한 사랑 
장석주·시인


 

Dance of Nymphs(요정들의 춤)



봄편지 / 서 덕 출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1925>
 버들잎 우표 삼아 제비에게 쓴 편지 
신수정·문학평론가 


La Golondrina(제비) / Caetano Veloso


 밤이슬 / 이 준 관
풀잎 위에
작은 달이 하나 떴습니다.
앵두알처럼 작고 귀여운
달이 하나
떴습니다.
풀벌레들이
어두워할까 봐
풀잎 위에
빨간 달이 하나
몰래 몰래 떴습니다.
〈1998〉 
풀벌레들의 등대가 된 밤이슬
장석주·시인 

Canadian Bird Song / Richard 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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