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이상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1938년>
    

    추한 세상을 뒤로 하고 나타샤, 함께 산골로 가자

    Tombe La Neige / Paul Maur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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