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이상진
    
     사랑 / 박 형 준 
    
    오리떼가 헤엄치고 있다.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홍조가 도는 그녀의 맨발,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간질여 주고 싶다. 
    날개를 접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떼. 
    맷돌보다 무겁게 가라앉는 저녁 해. 
    우리는 풀밭에 앉아있다. 
    산 너머로 뒤늦게 날아온 한 떼의 오리들이 
    붉게 물든 날개를 호수에 처박았다. 
    들풀보다 낮게 흔들리는 그녀의 맨발, 
    두 다리를 맞부딪히면 
    새처럼 날아갈 것 같기만 한. 
    해가 지는 속도보다 빨리 
    어둠이 깔리는 풀밭. 
    벗은 맨발을 하늘에 띄우고 흔들리는 흰 풀꽃들, 
    나는 가만히 어둠속에서 날개를 퍼득여 
    오리처럼 한번 날아보고 싶다. 
    뒤뚱거리며 쫓아가는 못난 오리, 
    오래 전에 
    나는 그녀의 눈 속에 
    힘겹게 떠 있었으나. 
    <2002년>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홍조가 드는 그녀의 맨발을 간질어 주고 싶다

    Can`t Help Falling In Love / Julio Igles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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