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고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놈이 50만원을 쳐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벌?
음.....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어쩐다.....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시같이 왜 혼자 씩씩 웃고 지랄이야."

 

"-.-...."

 

그래!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백조♡

 

아웅....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 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왤케 팅켜."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ㅜ.ㅜ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백수♠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회식이나 하고 가자고."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이...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깄어."

 

빳빳한 10만원권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무래도 정동진은 담에 가얄 거 같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얘한테는 일이 바빠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뻥을 쳐 두었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백조♡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음......
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백수♠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거야 깜짝 놀래 줄라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백조♡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ㅠ.ㅠ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ㅠ.ㅠ

 

 

♠백수♠

 

씨....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그녀였다.ㅠ.ㅠ

 

근데 막 화를 낸다.

어디있다 왔냐고,
연락도 안 돼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니냐고.....

 

씨...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돼고...

 

근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운다.
화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백조♡

 

기대고 자느라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해 주느라고 그동안 수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 주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백수♠

 

일욜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무언가 그녀를 만나 해얄거 같은데
웬지 답이 안나오는 셤처럼 갑갑하다.

 

아쒸...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다닐 때 돈이라도 좀 모아놀 걸.

 

혼자 있을 땐 돈이 그리 절실한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여친이 생기니까 좀 부담스럽다.

 

모... 데이트야 기양 하믄 되지만
지금 이 나이에 무언가 가진게 없다는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하긴 직장 다닐 때 빚 안진거만 해도 어디야-.-
얄팍한 통장이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진다.

 

근데 저 p.c방 알바하는 애는 왜 자꾸 내가 화장실 갈때마다
불안한 눈길로 야리지..

 

내가 대포를 깔라 그런지 아나보다.
에이, 아무리 동네라도 옷 좀 신경써서 입고 다녀야지.

 

 


♡백조♡

 

씨...드뎌 뽀록났다. 눈치 빠른 뇬들.

 

"너 글코 그런 사이라며?" 하고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근데 차마 "백수"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뭐한지,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혹은 "심각한 사이니?" 하며
빙 돌려 말한다.

 

어떡하긴!! 내가 뭐 지금 살림이라도 차린댔나?
남자, 여자 만나는게 다 글코 그렇지. 모....

 

만나다가 좋으면 계속 사귀는 거고 아님 찠어지든지....
글고... 심각한 사이면 어쩔건데!

 

지들이 큰 언니라도 되는 듯 걱정스런 표정들이다.

냅둬,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지.

내가 뭐 마누라 있는 유부남이랑 바람이라도 폈냐고...

 

더 열 받는건 그가 해준 목걸이를 보더니
"이거 짝퉁아냐?" 하는 것 이었다.

 

이년들이 정말 오래 살기 싫은가....
한참 열 받았는데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백수♠

모하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웬지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칼칼하다.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걍 친구들이랑 있댄다.
언제까지 있을 거냐니깐 모른단다....-.-

 

지가 좀 있다 전화한다고 끊으란다.
쫌 짜증이 날라 그런다.

 

이씨~~~~~ㅠ.ㅠ
아무래도 딴 놈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자나~~~
맞선 보기 딱 존날 아니냐구.....ㅠ.ㅠ

 

 

♡백조♡

 

이 인간도 양반이랑은 거리가 먼가보다.

어쩜 지 얘기 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게 뭐람.

 

눈치 빠른 기지배들이 "그럼, 그렇지......"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뭐 꼭 그가 놀아서가 아니라
난 원래 남들 있는데서 애교 같은건 못 떤다.

 

친구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도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좀 있다 연락한다 했더니 "아써...." 하며 뚝 끊어버린다.

 

이런, 씨...골뱅이, 아니 밴댕이...하여간 소심하긴,
꼭 울 아빠처럼.....

 

문득, 아이스크림 우리끼리 먹었다고 삐지는 아빠를 보며
한숨짓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하여간 전화도 꼭 타이밍 안 맞게 하기는...
암튼 2차 수다는 선배 언니네 까페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오늘은 그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백수♠

 

심심해라......
테트리스도 고도리도 질린다.

 

집에 가서 바닥이랑 놀아야 겠다.
근데, Shit!! 지갑을 놓고 왔다......ㅜ.ㅜ

 

씨앙...어쩐지 알바애가 째리는게 이상하더라니...
별 수 엄씨 핸펀을 놓고 집에 다녀왔다.

 

젠장 나이 서른 넘어서 이게 무슨 꼴이람...ㅠ.ㅠ
알바애가 싸늘한 눈길로 자리 비운새에 전화가 왔단다.

 

옷! 근데 그녀의 전화번호다.
우히~~~^^ 그럼 그렇지!!

만나서 모할까.^^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녀석이 지네 부부랑
여름 휴가나 같이 가자고 하던데 휴가 계획이나 세울까...

 

 

♡백조♡

 

선배 언니네 아담한 까페가 무척 맘에 들었다.
그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나도 이런 가게를 해보고 싶다.

 

왠만한 안주 정도는 나도 할 줄 알고....
잘 할 자신도 어느 정도 있다.

 

근데 결정적인 문제는 돈이다..........ㅜ.ㅜ

아니 완존 개털은 아니다.

 

모아둔 돈, 좀 까먹긴 했지만 아직 2천만원은 조금 넘게 있다.

과장님이 찍어주신 주식을 조금 사두었던게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논 걸 생각하면 그것도 큰 돈 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돈을 가지고 시작하기엔 힘들다.
내 마지막 보루이자 시집자금 인데...

그문...그 인간한테 함 물어볼까...??

모...좀 저축한 거라도 있겠지.

동업....
부부까페...

어머 미쳤나!!! 내가 왜 이래!!!

 


♠백수♠

 

음....갈수록 예뻐 보인다.
울 동네까지 찾아오고 넘 기쁘다.

 

엥? 근데 웬 돈?
까페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그...글쎄...
하긴 요즘 누구나 창업바람인 걸 보면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아니 꽤 괜찮은 제안이긴 하다.
그녀와 함께 같은 일을.

 

음...좋다.^^
근데...개털인데 어쩐담...ㅠ.ㅠ

 

통장에 남은 돈은 300만원도 안 되는데....
괴롭다...ㅜ.ㅜ

 

그냥 난 얼른 취직을 해서
그녀를 위해 돈을 버는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백조♡

별 반응이 없다.
싫은지 좋은지 의사표현이 불분명하다.

 

우~~~답답이~~~

그더니 놀러갈 계획이나 잡잖다.

 

사람이 왜 이렇게 진지한지 못 한 걸까...

먹고살자니까 무슨 놀러갈 생각이나 하고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ㅜ.ㅜ

좀 엉뚱한 얘기 좀 하지말라고 핀잔을 줬더니
머뭇머뭇 하다가 돈이 없단다.

 

하긴 그럼 그렇지... 기가 죽은 모습이다.

에휴...어쩌겠남...돈이 없다는 걸.
괜한 얘길 했나보다.

 

애교를 부려도 힘이 빠진 얼굴로 조용히 힘없이 웃는다.

에유...나라도 기를 살려 줘야지.

힘 내라고 군대까지 다녀 온 사람이 그게 뭐냐고
장난을 쳤다.

 

미안하단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아직 희망을 믿고 있다고, 조금만 참아 줄 수 있냐고 한다.
당근이지 바보야.

누군가 그러지 않았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백수♠

 

미안하다. 그녀에게...
돈만 있다면 보태주고 싶다.

 

돈은 때때로 사람을 곤란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지난번 그녀에게
나의 불투명한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이 개운치 않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괜찮단다.
씨잉...병주고 약주남...

힘을 내야겠다.

 

아쉬운 소리하고 살긴 싫었지만 돈이라도 좀 빌려봐야겠다.

그녀를 바래다 주는 길, 그녀가 조용히 팔짱을 끼워온다.


집 근처로 접어들 때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책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잠시 후 서류봉투에 책을 한 권 담아 가지고 나오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꺼내보란다.

 

그녀를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났다.

 

책 제목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였다.

출처 : 아름다운 세상
글쓴이 : 하얀바다 원글보기
메모 :

 

 

♡백조♡
얼마만에 와보는 바다간가...ㅠ.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바닷가 앞 방갈로 비스무리한데다가
자리를 잡자 마자 물로 돌진했다.

물도 깊지 않은게 놀기에 딱 좋았다.
뒤에서 이 인간이 물을 뿌리며
"오~~ 수영복 잘 받는데~~!!" 하며 놀린다.

이 늑대....
하긴 내가 며칠 전부터 몇끼를 굶었는데...^^;

엄마는 내가 밥을 안 먹으니까
처지를 비관해서 그러는 줄 알고
중매 서 줄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랜다...ㅠ.ㅠ

엄마야!!
이 인간이 물 밑에서 갑자기 목마를 태우며 일어섰다.

아....
제발 일년이 오늘 같기만 하여라...^^;

 

 

♠백수♠

오~~~^^
설마했다....

그녀가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
솔직히 아랫배가 살짝 나왔지만 그런게 더 보기 좋았다.^^

넘 비쩍 마른 여자는 왠지 쫌 부담스럽다.
모...선천적으로 마른 거야 어쩔 수 엄지만..-.-

친구네 부부랑 서로 목마를 태우고
기마전을 하며 놀았다.

음...
이 여자 그동안 친구한테 쌓인게 많았나 보다.
무슨 남자들 보다 더 격하게 덤벼들더니 일격에 무너 뜨렸다.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의 친구들이 외로워 보인다.
그런 눈빛을 예전에 본적이 있다.

대학 때 M.T를 갔을 때였다.
조용한 동네 였는데 우리 옆에는 모 여대 학생들이 왔었다.

술 먹고 담날 오전에 강가에서
서로 물에 밀어 넣고 보트도 뒤집어가며 놀았는데

그 때 그녀들이 강가에 앉아
우리과 남여 학생들이 깔깔 거리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 보던 기억이 난다.

모...우리도 어쩔수 엄썼다.
전날 그 여자들이랑 몰래 술먹다 걸려서
울과 여학생들한테 디지게 혼났었으니까...-.-

넘 외로움 느끼지 않게
그녀 친구들이랑도
적당히 장난도 치고 놀았다.

 


♡백조♡

삼겹살에 무슨 꿀이라도 묻혀놨나 보다.
왜 이렇게 달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가 번개탄에다가 철망을 얹어서
구워내는 삼겹살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 인간 아무래도 한 두번 놀러 다닌 솜씨가 아니었다.

캔맥주도 뜨끈한 것을 아이스 박스 얼음에 대고
문지르더니 금방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어서 내놓았다.

이 정도면 나중에 부려 먹고 살기 괜찮을 것 같았다...*^^;

저녁에 물이 빠진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천천히 손을 맞잡고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수♠

삼겹살 세 근이 어디로 없어 졌는지 모르겠다.
좀 남으면 낼 아침에 볶아 먹을라 그랬는데..-.-

보통 여자들이 남자보다 속이 깊다고 하는데
크고 넓기도 한 것 같다.

조개도 좀 줍고 산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주가무에 들어갔다.

술 먹이기 게임을 했는데
대학 때 써먹던 이런저런 방법으로 했더니
나한테는 술을 마실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결국 오늘도 시체 처리 전담반 역할을 해야 했다..ㅠ.ㅠ

 


♡백조♡

바닷길이 열린다....
오, 놀라워라!!

그래서 이 인간이 여길 오자 그랬구나.

화장하고 있는데 빨리 나오라고 닦달을 해서
나가봤더니 장관 이었다.

조개랑 소라, 고동 등을 잡는 재미에
술이 덜 깬 아픔도 잊었다...^^

근데 이 인간 겁 되게 많았다.
조그만 게도 손으로 못 잡고 물까봐 벌벌 떨었다.

아....나이가 몇 갠데 그런 것도 못 만지고...
"오빠 개구리 같은 것도 손으로 못 잡지?" 했더니

"어." 그런다.
아무래도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리는 잘한다.
조개탕을 끓여 주었는데 개운한게 아주 그만 이었다.

가게 차리면 주방장은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백수♠

여자들의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빨리 나오라니까 무슨 세수도 안 하고 화장을 한담.

"나 이뻐?" 하고 물어봐서
'으응..." 하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다가 바로 한 대 걷어 차였다....-.-

앞으로 몸조심 해얄 거 같다.

그녀가 겟벌에서 게를 덥썩 잡더니
'어우~~ 맛있겠다. 그지." 하며 나에게 건네준다.

근데 못잡고 떨어뜨리니까 엄청 깬단다.
그런 것도 손으로 못 잡느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가끔씩 내가 군대 다녀온거 맞나 할 때가 있다.

씨.....못 만지는 걸 어떠카라구...ㅜ.ㅜ

조개국을 후룩후룩 퍼 마시며
"캬~~~" 하는 폼이 딱 우리동네 술꾼 아저씨들 같았다.

이제 조금씩 본 모습이 드러나려나 보다....-.-;

 

 

♡백조♡

사흘 째 되는 날 딴데로 옮기자고 빨리 짐을 싸랜다.
씨....귀찮은데 걍 한 군데 있지..

강원도 영월 서강으로 간단다.
혹시 동강 아니냐고 했더니 그 옆에 서강이 있단다.

하여간 별 이상한 데를 다 알고 있다니까...


근데 도착해 보니 무척 좋았다.

단종이 유배 됐었다는 청령포 라는 곳 부근이었는데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 지지배들.....
트럭 몰고 왔다고 비웃었었지?
트럭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

시골길에서 트럭 뒤에 타고
"오빠~~ 달려~~" 를 외쳤더니 기지배들 얼른 옮겨 타고 신난댄다.

솔직히 서울에서야 이런 걸 어디서 해본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달리는 이 기분.....

최고다~~~!!!

 

 

♠백수♠

민박집 아저씨한테 인사를 드렸더니
귀에다 대고 "야 넌 어떻게 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냐?" 하고 묻는다.

대학 동창들이랑 후배들이랑 몇 번 왔는데
이 아저씨는 여자는 무조건 애인인 줄 안다....-.-

혹시 그녀가 들었으면 저땔 뻔 했다....^^;

여자들...
트럭 뒤에 타라고 했더니 첨엔 싫다고 빼더니
한 번 타보더니 완존히 맛 들렸다.

시도 때도 없이 태워 달란다.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빠라바라밤~~" 이 뭐람....^^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오가며 하루해를 넘겼다.

 

 

♡백조♡

서강에 도착한 담 날..
아침먹고 둘이 산책을 하고 오니 이것들이....

나머지 인간들이 트럭을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며
"니넨 안 태워줘~~~" 하고 약올리며 도망을 가고 있었다.

거봐^^ 트럭 좋잖아...
근데 우릴 빼놓고 지네끼리 가다니.

내가 어떻게 좀 해보라고 닥달을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어딘가로 후닥닥 뛰어가더니
잠시 후......

경운기를 몰고 왔다!!!

 


♠백수♠

군대 있을 때
병장 생활은 대민지원 밖에 생각이 안난다.

포도나무집, 배나무집, 고추밭, 조경원,
모내기, 벼베기 심지어 돼지 돈사 청소...
거의 전원일기를 찍고 왔다.

덕분에 새하얀 서울나기가 농촌맛도 조금 봤다...^^
경운기 운전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아저씨가 태연하게 경운기를 내주며
오는 길에 담배 좀 사오란다...-.-;

저만치에 일행이 내려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릴 보고 기절 할 듯이 놀란다.....V^^

"어이~~ 아가씨들. 태워줄까요?" 했더니
신난다고 달려든다.

단체로 "오빠 달려!!!" 를 외친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평화스러운 시간이다....

 

 

♡백조♡

^^ 기집애들! 재밌지?
역시 울 남친이 최고야.

오후엔 모두들 한가한 낮잠을 즐겼다.
바람소리 풀소리에 아슴아슴 잠에 취해 있는데
그가 날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응....왜...?"

"쉿~~ 조용히...이리 와봐."

이 늑대가 혹시 엉큼한 생각을 하는건 아닐까?

손목을 잡고 강가로 이끌었다.

이 사람은 알라딘의 <지니> 인가 보다....

언제 갔다 놨는지 고무보트가 있었다.

잠이 덜 깨서가 아닌데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백수♠

아저씨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씩 울적해 질때면 혼자도 오다 보니 이젠 친삼촌 처럼 대해 준다.

함께 보트를 강가까지 짊어다 주셨다.
이번엔 확실히 애인 한 명 만들란다...^^


그녀가 무척 좋아한다.

조용한 강가에 보트가 미끄러지 듯 나아간다.


내일이면 다시 한숨 나오는 일상으로 돌아 가겠지만
그녀가 함께 있어서 힘이 날 것 같다.

그녀를 위해
이런 평온한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 겠다.

 

 

♡백조♡

문득 강물을 보고
짓궃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어머니와 내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냐고 물어봤다.

당근 둘 다 구할 거란다....-.-

한 사람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할거냐고 다시 물었다.

쫌 심했나...^^;

잠시 강물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그럼 두 사람을 구하고 자신이 물에 빠지 겠단다.
우문(愚問)에 이은 현답(賢答) 이었다....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빠져볼까!!" 하더니
물로 확 뛰어 든다.

"살려줘~~~" 하며 손을 내밀길래
깜짝 놀라 손을 잡았더니 물로 확 나꿔 챘다...ㅜ.ㅜ

가슴 깊이 밖에 안 오는 곳 이었다...-.-


번듯한 콘도도 아닌
값비싼 일류호텔도 아닌 곳에서의 휴가였지만
이 기억을 가슴깊이 함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백수----------
이젠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일자릴 알아봐야 겠다.

어영부영 하다가 올해가 반이 넘게 지나갔다.

꼴에 휴가까지 다녀왔으니 이제부턴 일도 시작해야지.

근데.....직장이 있어야지....ㅠ.ㅠ

어제 과사무실에서 조교를 하는 동기 녀석에게
연락 온대로 학교 "행정 조교" 직이라도 지원을 해 볼까?

이씨....정규직도 아니고 임시직인데..
물론, 6개월 뒤에 잘만 하고 운 좋으면 정규직으로 전환 된다지만
것두 보장된게 아니잖아..-.-

짤릴지도 몰르구...무엇보다...

행정조교는 아무나 시켜준다나!!.....ㅠ.ㅠ

 


----------백조-------------
우....썬탠 크림 좀 좋은 걸 쓸 걸...

화상 입은 사람처럼 물집이 잡혀서
며칠 동안 꼼작을 못 했네...ㅜ.ㅜ

그와 휴가가 끝나면 정말 열심히 살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내 계획을 얘기했다.
조그만 까페 비스무리한 걸 꼭 해보구 싶다구.

별 말 없이 그러란다.
사람이 한 번 살다 가는걸 해보고 싶은 일 하다
죽어야 할 거 아니냐면서.

말을 해도 꼭....-.-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함께 하겠단다.

근데 돈을 보탤만한 입장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미안해 한다.

이구....괜찮다니까,
없는 돈을 어쩌라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디굴데굴 하구 있는데
전화가 왔다.

"뭐해? 가게 좀 알아봤어?"

"우웅...아직....-.-;"

"인간아, 빨랑빨랑 움직여야지. 나와."

"왜, 취직이라도 됐어?^^"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랑 나와."

".........-.-a"

 

깜짝 놀랐다!!

편지봉투를 내밀어서 "백화점 상품권이야?..^^" 하고 열어봤더니
100만원권 수표가 일곱장이나 들어 있었다.

인생 포기하고 어디서 빽치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근데 큰 돈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하는데 부담없이 쓰란다.

 


이쒸....또 눈물날라 그러네...ㅠ.ㅠ

 


-------백수-----------
간신히 행정조교 일은 합격이 됐다.

임시직이지만 어쨌든 기뻤다.
학교 홈 페이지 공고란에 이름이 떠 있는 걸 봤을 땐
순간, 입학시험 붙었을 때처럼 흥분됐다. ...-.-

월급이 80만원 밖에 안되고 후배들 보기가 쫌 민망할거
같긴 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홀몸도 아닌 주제에...(꼭 애딸린 가장 같네..-.-)

암튼 뭐든지 저지르고 보기로 했다.


생각난 김에 내가 취직자리를 알선해 준 친구놈에게
돈도 500만원을 꾸었다.

놈이 아직 결혼을 안한게 다행이었다.
나도 결혼한 애들한테 꾸어달랄 정도로
눈치없는 놈은 아니다....^^;

자식....첨부터 5백만원 꾸어달래면 뺄거 같애서
7백만 해주라 했더니 5백만 하면 안 되냔다...^^

이 자식아....백수 생활에 느는건 잔대가리다..^^;

이자쳐서 갚을 테니까 걍 잊어버리고 있으라 그랬다.
걱정 말란다.

니가 장기이식 이라도 해서 갚을 놈인거 알고 있단다.

무서운 놈....-.-;
그래도 이런 친구도 있으니 30년 인생 헛 산것 같진 않았다...^^


내 마지막 비상금 2백을 합해서 건네 줬더니
고맙다며 울먹울먹 할라 그런다.

"걱정마, 이 자식아! 그냥 주는거 아냐!!
원금에 이자 까지 가져갈 거니까 각오해."

그제서야 그녀가 배시시 웃는다.....

 


---------백조--------------
이구~~~ 다리 아퍼라...ㅜ.ㅜ

소개비 아낄라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더니 원래 가늘지도 못한 다리가
퉁퉁 부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

부동산에 갔을 때는 얼마 갖고 시작할 거냐고 해서
한 삼천...하면 그 돈 갖고는 대학가에서 장사 못 한다며
두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막상 찾아보니 작은 가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장고 끝에 2천 5백에 15평 짜리 가게로 하기로 맘먹고
계약을 맺었다.

3천만원 달라고 하는걸 김빼기 작전으로 밀고나가
기어이 5백만원을 깎았다...^^;

물론 집에서도 한바탕 세계대전을 치뤘다...-.-

엄마는 여자가 무슨 술집이냐고 이제 시집은 다 갔다고
엉엉 울며 펄펄 뛰었다.

커피숍이라고 끝까지 벅벅 우겨서 승리했다.

약간 골목에 있다는 점만 빼면 1층이고 그런데로 괜찮았다.

물론 벽지랑 의자가 동네 닭 집 수준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그가 나온 학교 앞이고 하니까 기본 단골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6시 정도면 퇴근해서 함께 일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일 것도 같다.^^

근데 그가 넘 피곤할 것 같다.


그냥 이 가게 같이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어차피 낮에 손님도 없을 텐데
놀면 뭐하냐고 하면서 요즘 넘 놀았더니 힘이 남아 돈다며 알통에 힘을 준다.

괜히 내 욕심 채울라고 넘 무리를 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그에게 잘 해야겠다....

 


-------백수----------------
후배 놈들 꼬셔서 가게 대청소 한 판하고
벽에 페인트 칠도 새로 했다.

카운터엔 컴터도 갔다 놨다...^^
여동생이 집에 있는 p.c 들고 나올 때 입에 칼을 물고 막아섰지만
임시직이라 컴터도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고 눈물로 구라를 쳤다.


후배 놈들이 그녀에게 "형수니임~~" 하며 너스레를 떤다.

하여간 이 자식들은
잘했어!! ^--------^V


잘될까 하는 염려도 물론 된다.

아마도 이 행복이 깨어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 일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나도 학교로 출근을 한다.

모든 희망은 미래에 두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문득문득 되새기게 된다.

그녀가 식사들 하라고 부른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더욱 새롭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백조-------------
시켜 먹으면 비쌀 거 같아서
집에서 바리바리 준비해 와서 삼겹살을 구워줬다.

아껴야지...이제 우리에게 더 물러설 곳은 없는데..^^

청소하고 페인트칠 하니까 그런대로 밝아 보인다.
의자와 탁자도 청계천에 가서 중고품 중에 깔끔한 걸로 들여왔다.

그가 컴터로 음악 틀으라며 자기 집에 있는 있는 p.c도 가져와서
스피커랑 연결해 놨다.

암 생각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였나 보다....^^;
근데 여동생한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모르겠다.


오후에 주문한 간판이 도착했다.

Some Where 란 영문이 시원했다.
섬웨어...섬웨어....

다시 한 번 되뇌어 봤다.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읽을수록 정감이 가는 것 같다.

가게 이름을 뭘로 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그가 제안한 상호였다.
난 Why not? 으로 할라 그랬는데 들어보니 그게 더 괜찮은 거 같았다.


어딘가에, 우리가 생각한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딘가에" 있을리란 생각이 든다....

출처 : 아름다운 세상
글쓴이 : 하얀바다 원글보기
메모 :

 

 

 

♡백조♡

토요일...인데

그 인간한테 연락도 없구.....젠장

 

 

언니네 식구랑 월미도에 놀러갔다.

가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형부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친구를 소개 시켜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네 과장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얼마 안 먹었단다.

서른 아홉 이란다.

 

순간 핸들을 옆으로 돌려버릴래다가.. 참았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사망!!> 하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뒷자리에 앉은 언니들이 더 얄미웠다.

"

얘, 너 그러면 재취 자리 밖에 없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가슴이 싸해진다.

조카들이 엄마 재취가 모야 하며 물어본다.

 

가족끼리 칼부림을 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삶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ㅠ.ㅠ

차라리 그 백수나 불러 낼 걸.

 

 

 

♠백수♠

아~~~심심하다.

아까 대학 후배들이 전화해서 나오랬는데 기양 다른 핑계를 댔다.

 

주머니도 가볍지만 무언가

"빛나는 열매" 를 맺지 못한 자격지심 이기도 했다.

 

지원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게 요즘 생활의 반복인것 같다.

 

그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니다.

어우~~취직 시켜조오~~~!!!!

 

책상 한 구석에 처박힌 핸펀이 불쌍하다...ㅠ.ㅠ

자주 좀 울려 줬으면...

 

순간 거짓말 같이 핸펀이 울어댔다.

그녀였다!!

 

엥~~, 근데 울 동네라고?

으흠흠, 기어이 얘가 나한테 뻑이 갔구나.

냐항!! 신난다!!!!

 

잽싸게 꽃단장^^~~

뛰어 나가자~~~!!!!


 

 

♡백조♡

속상해서 낮술을 좀 들이켰더니 기분 삼삼한게 죽여줬다.

 

근데 좀 급하게 먹었더니 세상이 헤롱거린다.@@

 

아...ㅠ.ㅠ

이 여자들은 나랑 친자매가 아닌가 보다.

 

회를 먹으면서도 "넌 남자도 없니?"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김에 그리고 홧김에 "아씨 남자 이써~~!!!"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순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 뭐 보듯이 한다.

형부가, 진짜야...? 하더니

뭐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봤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백수야, 개백수!!" 했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우~ 얘는 우리가 자꾸 놀린다고 스트레스 받았구나."

 

"그러게 말이야, 알았어 이제 안 놀릴께.

행여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라. 얘."

 

"이모 화 내지 마요..."

조카들까지 한 몫 거든다.

 

우씨...진짠데...ㅜ.ㅜ

 

서울 초입에서 내려 달랬더니

형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처제...설마 아까 그 농담 진짜 아니지?"

"어우~당신은 재수없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언니가 쌍심지를 켜고 형부를 째렸다.

 

"거쩜마~~ 남다 팅구 만나고 금방 가꺼야."

생각과 달리 혀가 자꾸 꼬였다...ㅜ.ㅜ

 

식구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뒤로하고 벅벅 우겨 차에서 내렸다.

 

눈 앞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그 인간한테 전화를 때리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 몰랐는데, 깨어나니...

그 인간이 옆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ㅠ.ㅠ


 

 

♠백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깐 조는가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니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ㅜ.ㅜ

 

씨...또 어디서 술이 떡이 되서 왔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흔들어 봤더니 꿈쩍도 않는다.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았다.

 

근데 순간 그 녀의 입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잽싸게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이번엔 고개가 자꾸 옆으로 떨어졌다.

 

잠시 고민을 때리다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줬다. ^--^

그녀가 내 어깨를 의지하고 잠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야릇한 감동이 흘렀다.

 

단 하나,술만 안 취해서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그렇게 삼십 여분을 있으니 나도 슬슬 졸려 왔다.

 

그녀에게서 나는 소주 냄새에 나도 취한 것 같았다.@@

눈꺼풀을 껌뻑껌뻑하다...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백조♡

모...이런 놈이 다 있담...!!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지가 곯아 떨어지고 난리람.

 

이 인간은 아무래도 세상 모두가 자기의 잠자린가 보다.

힘겹게 놈의 머리를 밀어내고 화장실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

 

생각해 보니 전화를 걸고 내가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럼 흔들어서 깨우든가 하지,

왜 지가 세상 모르고 쿨쿨 자냐고...!!

 

자리에 가보니 그새 잠이 깼는지 다리를 덕덕 긁으며

눈꼽을 떼어내고 있었다.

 

저런 인간을 모가 보구 싶어서 왔는지...ㅠ.ㅠ

 

 

 

♠백수♠

일어나서 그녀가 어디갔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쌔끈한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월미도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며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순간, '야, 너 침 흘렸어." 할래다가

그건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참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멀쩡하단다.

잠시 피곤해서 졸았단다.

 

더 뭐라고 하려다 여자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 주기로 했다.

 

바람쐬며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가자고 했다.

좀 창피한지 군말없이 따라왔다.

 

얘는 술만 줄이면 참 괜찮은 앤데...

 

 

 

♡백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머리가 가라 앉으니까 이번엔 뭔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순간 강가에 앉아 컵라면을 나누어 먹는 커플들을 보니

위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아...너무나 먹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회라도 많이 먹어둘 걸.

 

근데 뜨끈한 컵라면 국물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놈이 날 술꾼으로 볼 것 같아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

 

마시고 싶다...컵라면 국물~~~~ㅠ.ㅠ

 

근데 이 인간은 무슨 자전거를 타자고 난리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더니 덥석 2인용 자전거를 빌려 버렸다.

 

아...기운 없어 죽겠는데 이 무슨 노가다람...ㅜ.ㅜ

분위기는 나중에 잡고, 난 지금 해장이 필요하다고~~~~

 

딴건 먹고 싶지도 않다고~~~ Only 컵라면!!!!

 

 

 

♠백수♠

아무래도 가볍게 땀을 흘리면

술도 깰 것 같고 해서 자전거를 빌렸다.^^V

 

강변을 유유히 달리니 기분 캡 이었다.

해가 기우는 강변의 경치도 그만 이었다.

 

근데 문득 뒤를 돌아다 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했더니 그냥 힘 없이 웃는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보다 싶어 그만 타자고 했다.

쓰린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했더니

의외로 여기 앉아서 소주 한잔 하잖다!!!!

 

아무래도 얘는 알콜중독 인가 보다.

무슨 술을 또 마신담...ㅠ.ㅠ

 

나보고 자리 깔고 앉아 있으라더니

지가 냅다 술과 컵라면 따위를 사왔다.

 

 

 

♡백조♡

자전거를 타며 이 인간의 뒤통수에 대고 열라 씨부렁 거렸다.

 

내가 지금 자전거 탈 힘이 있냐고~~~ㅜ.ㅜ

뒤돌아 보면 웃고, 앞을 보면 씨바씨바 거리다 결국은 걸렸다.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깠는지 그만 타잖다.

뭐, 개운한 거라도 먹으러 가잖다.

 

순간 그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에

여기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버렸다.

 

절라 벙 까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안면 몰수하고 이것 저것 사와서 자리를 깔았다.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것도 좋잖아 하고 대답했더니 피식 웃는다.

 

웃어도 좋다.

왜 오늘따라 라면이 이리 더디게 익는담.

 

마침 이 인간이 화장실에 간단다.

기회는 이때다!!!

국물을 쭈우우욱~~하고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위장에서 오케바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면은 면발밖에 안 남아 있었다...ㅜ.ㅜ

 


 

♠백수♠

칠칠치 못하긴...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만 라면 국물을 엎질렀단다.

 

내 걸 건네 줬더니 찔끔찔끔 마신다.

복스럽게 먹는 여자가 이쁘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먹는 것도 예뻐 보이긴 했다.^^;

 

근데 그만 입을 데었나 보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안스러웠다.

그러면서 뭐 차가운 것 없냐고 한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캡빵 차가운 맥주요." 하고 냅다 맥주를 사다줬다.

 

그녀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해지는 강변에서 나누어 마셨다.

 

기분좋은 저녁이다.

 

 

 

♡백조♡

아~~띠바 쓰라려 죽겠네...ㅠ.ㅠ

입천장이 그만 홀라당 까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억억 거리며 뜯어 냈더니

무슨 뱀 허물 벗듯이 껍질이 딸려 나왔다...ㅠ.ㅠ

 

그래두 이 인간이 사다준 찬 맥주를 마시니 금새 괜찮아졌다.

 

어두워 지는 강변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졌다.

그가 자신이 입고 온 조끼를 벗어 주었다.

 

얇은 조끼일 뿐 이었지만 그 정성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밤이 온전히 찾아 올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긴 대화는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도란도란 끊이지 않았다.

 

 

 

 

 ♠백수♠

 

에휴....이 한여름 ,

더구나 휴가철에 어디가서 차를 빌린담.

 

예상에도 없는 인원이 두 명씩이나 불어나서

도저히 친구 놈의 소형 자동차로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버렸다.

 

나와 그녀, 친구 부부 거기에 그녀들의 친구 둘 까지 여섯 명이 가려면

봉고가 아닌 다음엔 차가 두 대가 필요했다.

 

그나마 추가 인원이 여자니까 참는다....^^;

 

아~ 이 자식은 걍 렌트 하자니까 꼭 어디서 구해보라고 난리람.

하긴 젤 싼 차가 하루 최하 55,000원은 되는데 그 돈이 아깝긴 하겠지.

 

사람들이 차랑 마누라는 빌려 주는게 아니라는데

도대체 이걸 어디가서 빌린담.

 

회사 다닐 때가 좋았는데...

기름값 걱정도 안하고..

팔지 말았을 걸 하는 후회가 진하게 밀려든다.

 

문득 일가족이 모여 사는 친구 녀석이 떠 올랐다.

그 놈거랑 형거랑 매형거랑 어쩌구 저쩌구 해서

집에 차가 3~4 대는 됐다.

 

형이랑도 친하고 하니까 말만 잘하면 될 것도 같다.

하긴 나 회사 다닐 때 그 자식이 나한테 바가지 씌운 것도

많으니까 완전 쌩은 못 까겠지.^^

 

 

 

♡백조♡

 

이년들은 할 일 없으면 집에 자빠져 있지

뭘 남들 쌍쌍으로 가는데 끼고 난리람.

 

은미 이 년이 더 밉다.

지는 결혼 했다 이거지?

 

왜 지가 발 벗고 나서서 같이 가자고 설레발이야~~~!!!

기집애들...애인들 없으면 지네끼리 가서 현지조달을 하던지.

 

암튼 내색도 못하고 출발 날짜는 다가왔다.

근데 이 인간은 차 구해온다 더니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담.

 

전화를 했다.

 

"여기 지금 다 모여 있거든, 차 구했어?"

 

"어? 어....지금 가는 길이야."

 

"차종이 뭐야?"

 

"어....넌, 잘 모를거야. 라보라고. 다마스 사촌 쯤 되는거.."

 

"라보? 우리나라에 그런 차도 있어?"

 

"응....있어. 그런게. 암튼 다 왔으니까 끊어."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더라? 외제찬가?^^

다마스는 알겠는데...

그럼 그것도 승합찬가? 아님 뭐지?

 

은미 신랑 한테 물어봤더니 "라보요?"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잠시 후 표정이 일그러진다.

 

뭔데요~~ 하고 다시 물어 보는데 빠앙! 하고 경적이 울렸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0.5톤 미니 트럭이었다!!!!

 

 

 

♠백수♠

 

역시나 였다....-.-

 

새끼는... 차 멀쩡한 거 같은데 뭐 쇼바가 나갔네

어쩌네 하며 핑계람.

 

그러면서 지가 납품 때문에 며칠전에 중고로 산

트럭이 있는데 그거라도 빌려가겠냔다.

 

낡고 귀엽지도 않은 라보(LABO) 트럭이었다....-.-

무슨 물건 팔러 가는 것도 아닌데 난감했다.

 

물론 나야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는 승용차에 타고

나만 이차에 타면 될 것 같았다.

 

뒤에는 짐도 싣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거라도 빌려 주는게 어디람.

 

역시나 사람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ㅠ.ㅠ 그문 어카라구....!!

 

 

 

♡백조♡

 

차를 보니까 생각났다.

맞아, 저 차 이름이 라보였지...ㅜ.ㅜ

 

솔직히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저사람 주변머리에 차를 빌린것만 해도 대견하단 생각도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치만 그때 속마음은 그 차에 타고 싶은 맘이 안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가 "넌 편하게 저 차 타고 와." 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래도... 될 까." 라고 말해 버렸다.

 

아주 잠시... 쓸쓸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엄~~" 하고 이내 밝게 웃으며 나를 승용차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 그가 우리 차 앞뒤를

오가며 손을 흔들어 댔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서 흔들며 빵빵 경적도 울려댔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친구들은 연신 깔깔댄다.

 

짐칸에 아이스박스와 온갖 짐을 실은 채 밝은 얼굴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를 보자

고단한 일상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외로운 가장의 모습 같았다.

 

어쨌건 지금 앉아 있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친구 신랑이 길 안 막힐 때 쉬지 말고 가자는 걸 화장실이

급하다며 쉬어가자고 졸라서 휴게소에서 내렸다.

 

화장실 앞에서 그가 "너 급했구나?" 하며 놀린다.

 

트럭에 타겠다니까 불편하다며 눈치없이 자꾸

밀어낼라 그런걸 밀치고 올라탔다.

 

다시 서해안으로 향하는 길...

의자는 다소 불편했지만 마음은 세상 어느 곳 보다도 편했다.

 

 

 

♠백수♠

 

고속도로에서 왔다갔다 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 영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왜 그런지 물론 알것 같다.

그래서 그런 기분 안들게 장난을 친건데 반응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를 보니 눈이 빨개졌다.

 

미안하다.

좀 좋은 차를 빌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에어컨이 가스가 떨어졌는지 잘 안 나와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무척 더웠다.

 

이 자식이 부채랑 수건을 갖다 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창문을 거의 올리더니 대신 부채질을 해 줬다.

 

시원했다....

 

어느덧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니이야아아~~~ 바다다~~~~~냐흥~~~~!!!!!! "


 
 

출처 : 아름다운 세상
글쓴이 : 하얀바다 원글보기
메모 :
------ 백수 ------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고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놈이 50만원을 쳐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_^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벌?
음.....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ㅡ,.ㅡ;

어쩐다.....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시같이 왜 혼자 씩씩 웃고 지랄이야."
"-.-...."

그래!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 백조 ------

아웅....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 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왤케 팅켜."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ㅠ,.ㅠ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 백수 ------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ㅡ,.ㅡ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회식이나 하고 가자고."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이...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깄어."

빳빳한 10만원권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무래도 정동진은 담에 가얄 거 같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얘한테는 일이 바빠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뻥을 쳐 두었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 백조 ------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음......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ㅡ,.ㅡ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 백수 ------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거야 깜짝 놀래 줄라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 백조------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 ㅠ,.ㅠ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ㅠ,.ㅠ



------ 백수 ------

씨....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 그녀였다....ㅠ,.ㅠ

근데 막 화를 낸다...
어디있다 왔냐고,
연락도 안 돼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니냐고...

씨...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돼고...

근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운다...
화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ㅡ,.ㅡ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 백조 ------

기대고 자느라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해 주느라고 그동안 수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 주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출처 : 다이빙 라이프
글쓴이 : 케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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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토요일...인데
그 인간한테 연락도 없구.....젠장

언니네 식구랑 월미도에 놀러갔다.
가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형부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친구를 소개 시켜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네 과장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얼마 안 먹었단다.
서른 아홉 이란다.

순간 핸들을 옆으로 돌려버릴라다 참았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사망!!> 하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뒷자리에 앉은 언니들이 더 얄미웠다.

'얘, 너 그러면 재취 자리 밖에 없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가슴이 싸해진다.
조카들이 엄마 재치가 모야 하며 물어본다.

가족끼리 칼부림을 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삶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ㅠ.ㅠ
차라리 그 백수나 불러 낼 걸.



--------백수---------------------
아......심심하다.......

아까 대학 후배들이 전화해서 나오랬는데
기양 다른 핑계를 댔다.

주머니도 가볍지만 무언가 '빛나는 열매' 를 맺지 못한
자격지심 이기도 했다.

지원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게 요즘 생활의 반복인것 같다.

그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니다.
어우~~~~ 취직 시켜조오~~~~~~!!!!

책상 한 구석에 처밖힌 핸펀이 불쌍하다.....ㅠ.ㅠ
자주 좀 울려 줬으면.

순간 거짓말 같이 핸펀이 울어댔다.
그녀였다!!

엥, 근데 울 동네라고?
으흠흠, 기어이 얘가 나한테 뻑이 갔구나.
냐항!! 신난다!!!!

잽싸게 꽃단장^^~~
뛰어 나가자~~~!!!!



-----백조----------------
속상해서 낮술을 좀 들이켰더니
기분 삼삼한게 죽여줬다.

근데 좀 급하게 먹었더니 세상이 헤롱거린다.@@
아.....ㅠ.ㅠ
이 여자들은 나랑 친자매가 아닌가 보다.

회를 먹으면서도 '넌 남자도 없니...'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김에 그리고 홧김에 '아씨 남자 이써~~~!!!'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순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X 보듯이 한다.
형부가, 진짜야...? 하더니
뭐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봤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백수야, 개백수!!' 했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우~ 얘는 우리가 자꾸 놀린다고 스트레스 받았구나.'

'그러게 말이야, 알았어 이제 안 놀릴께.
행여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라. 얘.'

'이모 화 내지 마요....'
조카들까지 한 몫 거든다.

우씨....진짠데....ㅜ.ㅜ

서울 초입에서 내려 달랬더니
형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처제....설마 아까 그 농담 진짜 아니지?'
'어우~~ 당신은 재수없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언니가 쌍심지를 켜고 형부를 째렸다.

'거쩜마~~ 남다 팅구 만나고 금방 가꺼야.'
생각과 달리 혀가 자꾸 꼬였다....ㅜ.ㅜ

식구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뒤로하고 벅벅 우겨
차에서 내렸다.

눈 앞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그 인간한테
전화를 때리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 몰랐는데, 깨어나니.......
그 인간이 옆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ㅠ.ㅠ



------백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깐 조는가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니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ㅜ.ㅜ

씨......또 어디서 술이 떡이 되서 왔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흔들어 봤더니 꿈쩍도 않는다.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았다.

근데 순간 그 녀의 입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잽싸게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이번엔 고개가 자꾸 옆으로 떨어졌다.

잠시 고민을 때리다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줬다.^---^
그녀가 내 어깨를 의지하고 잠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야릇한 감동이 흘렀다.

단 하나,
술만 안 취해서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그렇게 삼십 여분을 있으니 나도 슬슬 졸려 왔다.

그녀에게서 나는 소주 냄새에 나도 취한 것 같았다.@@
눈꺼풀을 껌뻑껌뻑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백조-------------------
모......이런 놈이 다 있담...!!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지가 곯아 떨어지고 난리람.

이 인간은 아무래도 세상 모두가 자기의 잠자린가 보다.
힘겹게 놈의 머리를 밀어내고 화장실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

생각해 보니 전화를 걸고 내가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럼 흔들어서 깨우든가 하지,
왜 지가 세상 모르고 쿨쿨 자냐고...!!

자리에 가보니 그새 잠이 깼는지 다리를 덕덕 긁으며
눈꼽을 떼어내고 있었다.

저런 인간을 모가 보구 싶어서 왔는지....ㅠ.ㅠ




------백수------------------
일어나서 그녀가 어디갔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쌔끈한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월미도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며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순간,
'야, 너 침 흘렸어.' 그럴래다가
그건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참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멀쩡하단다.
잠시 피곤해서 졸았단다.

더 뭐라고 하려다 여자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 주기로 했다.

바람쐬며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가자고 했다.
좀 창피한지 군말없이 따라왔다.

얘는 술만 줄이면 참 괜찮은 앤데......



-------백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머리가 가라 앉으니까 이번엔 뭔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순간 강가에 앉아 컵라면을 나누어 먹는 커플들을
보니 위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아.....너무나 먹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회라도 많이 먹어둘 걸.

근데 뜨끈한 컵라면 국물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놈이 날 술꾼으로
볼 것 같아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

마시고 싶다. .....
컵라면 국물~~~~~~ㅠ.ㅠ

근데 이 인간은 무슨 자전거를 타자고 난리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더니 덥석 2인용 자전거를 빌려 버렸다.

아.....기운 없어 죽겠는데 이 무슨 노가다람....ㅜ.ㅜ
분위기는 나중에 잡고, 난 지금 해장이 필요하다고~~~~

딴건 먹고 싶지도 않다고~~~
Only 컵라면!!!!



-------백수--------------
아무래도 가볍게 땀을 흘리면
술도 깰 것 같고 해서 자전거를 빌렸다.^^V

강변을 유유히 달리니 기분 캡 이었다.
해가 기우는 강변의 경치도 그만 이었다.

근데 문득 뒤를 돌아다 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했더니
그냥 힘 없이 웃는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보다 싶어 그만 타자고 했다.
쓰린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했더니 의외로 여기 앉아서
소주 한잔 하잖다!!!!

아무래도 얘는 알콜중독 인가 보다.
무슨 술을 또 마신담....ㅠ.ㅠ

나보고 자리 깔고 앉아 있으라더니
지가 냅다 술과 컵라면 따위를 사왔다.




--------백조---------------
자전거를 타며 이 인간의 뒤통수에 대고
열라 씨부렁 거렸다.

내가 지금 자전거 탈 힘이 있냐고~~~ㅜ.ㅜ
뒤돌아 보면 웃고, 앞을 보면 씨바씨바 거리다
결국은 걸렸다.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깠는지 그만 타잖다.
뭐, 개운한 거라도 먹으러 가잖다.

순간 그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에 여기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버렸다.

절라 벙 까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안면 몰수하고 이것 저것 사와서 자리를 깔았다.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것도 좋잖아 하고 대답했더니
피식 웃는다.

웃어도 좋다.
왜 오늘따라 라면이 이리 더디게 익는담.

마침 이 인간이 화장실에 간단다.
기회는 이때다!!!
국물을 쭈우우욱~~~~ 하고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위장에서 오케바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면은 면발밖에 안 남아 있었다....ㅜ.ㅜ




--------백수-------------
칠칠치 못하긴.....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만 라면 국물을 엎질렀단다.

내 걸 건네 줬더니 찔끔찔끔 마신다.
복스럽게 먹는 여자가 이쁘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먹는 것도 예뻐 보이긴 했다.^^;

근데 그만 입을 데었나 보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안스러웠다.
그러면서 뭐 차가운 것 없냐고 한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 캡빵 차가운 맥주요.' 하고
냅다 맥주를 사다줬다.

그녀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해지는 강변에서
나누어 마셨다.

기분좋은 저녁이다.




--------백조----------
아~~~ 씨바 쓰라려 죽겠네....ㅠ.ㅠ
입천장이 그만 홀라당 까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억억 거리며 뜯어 냈더니 무슨 뱀 허물 벗듯이
껍질이 딸려 나왔다.....ㅠ.ㅠ

그래두 이 인간이 사다준 찬 맥주를 마시니
금새 괜찮아졌다.

어두워 지는 강변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졌다.
그가 자신이 입고 온 조끼를 벗어 주었다.

얇은 조끼일 뿐 이었지만 그 정성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밤이 온전히
찾아 올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긴 대화는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도란도란 끊이지 않았다.
계속~~~~~

출처 : 다이빙 라이프
글쓴이 : 케롤 원글보기
메모 :
------ 백조 ------

음....

잼 엄써도 좀 무서운 척 이라도 할 걸 그랬나~~~!!

금새 풀이 죽은 것 같다...

담부턴 황당한 얘기라도 호응 좀 해 줘야 겠다...

놈이 커피 한 잔...? 하더니

금새 "아니, 포켓볼 한 판 어때요?" 하고 물었다...

포켓볼 좋다...

직장 다닐 때 남자 사원들 한테 좀 배웠다...

이 인간들이 꼭 2차 술내기로 당구를 치러 가는 바람에

매번 점수만 계산 해 주기 싫어서 홧김에 배웠다...

근데 이 늑대들이 꼭 손가락 마디마디를 잡아가며

가르치려 드는 바람에 고생깨나 해 가며 배웠다...

암튼 이를 악물고 배운 덕분에

여자들 사이에서는 쫌 치는 편이다...^_^;

이 놈아....

너도 그 걸 이용해서 손 한 번 잡아보려는 거려면

헛다리 집었다...

꿈깨라... ^_^


------ 백수 ------

대학로의 분위기 괜찮던 커피숍을 생각했다가

기분전환도 할 겸 눈앞에 보이는 당구장을 가리켰더니

의외로 좋단다...

하긴 요즘 포켓볼 한 번 안 쳐본 여자가 어딨담...


그녀와 함께 당구장에 들어서니

구석에 짱박혀 인생 절단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대던 복학생(추정) 녀석들의 눈길이

일제히 날아왔다...

모야...씨....하는 놈들의 눈길에서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얘들아.....넘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지금의 내가 미래의 너희들 이란다...

삶의 회한이 담긴 듯 당구공을 조져대는 녀석들을 보니

다시 우울해 질라 그런다...

옷~~~! 근데 얘는 무슨 당구를 이렇게 잘 친담!!

모 내가 갈켜줄 만 한게 없었다...

음....손은 담에 잡아야 겠구나란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극장이나 가자 그럴 걸 ㅠ,.ㅠ

이 여자...실력이 나랑 삐까삐까 했다...

갑자기 학교 다닐 때 남들 당구칠 때

술먹었던게 후회가 됐다...

그래두 오히려 경기는 재미 있었다...





------ 백조 ------

아.....넘 예뻐도 이렇게 피곤하다니까...

무슨 남자 녀석들이 당구는 안치고 나만 쳐다본담...

하여간 이쁜건 어디가도 표가 난다니까... ^^

놈... 내 포켓볼 실력을 보더니 놀란 모양이었다...

혹시 당구장에서 카운터 봤냐고 물어본다... ㅡ,.ㅡ

음....아직 성격 드러내면 안 되겠지...

대신 씩 웃으며 맥주내기 한 판 어떻냐고 했다...

좋다고?

넌 오늘 죽음이다...^^

3대 1까지 앞섰는데 놈이 내리 두 판을 따라 잡았다...

아~~ 자식이 내기에 목숨 걸고 그러냐...

그리고 운명의 마지막 판...

이 잔인하고 치사하고 쪼잔한 자식!!!

숨도 안 돌리고 마지막 8번 공을 넣어버렸다... ㅠ.ㅠ

더러운 노무시키...

매너 없는 시키...

글케 나를 이기고 싶었냐 ㅠ.ㅠ

우씨~~~ 알았다!

술 산다! 술 사!!




------ 백수 ------

검은 민소매 옷을 입고

날렵하게 큐질을 하는 그녀를 보니

혹시 이 여자 언니가

미국에 있는 쟈넷 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게 생긴 여자 애가 당구도 잘 치니까

남자들이 자꾸 흘끔흘끔 쳐다본다...

이 자식들아.....

니네 공에나 신경써라

자꾸 삑사리 내지말고... ㅡ,.ㅡ

근데 한게임 치고나서 필이 오는지

술내기로 치잔다...

갑자기 타짜한테 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초반은 그녀가 앞서갔다...

어떻게 쌔복이 따라줘서 동점까진 갔다.

근데 눈 빛을 보니 아무래도 져 줘야 될 것 같았다...

모....그 정도 매너는 나도 있다.....-.-

근데...ㅠ,.ㅠ

아쒸~~~ 티 안 내고 안 들어가게 치려고 했는데

그만 실수로 공이, 홀랑 구멍에 빠지고 말았다....ㅠ,.ㅠ

절라 벙 깐단 표정이다...

이씨... 그문 어떠카라구!!

그타고 일부러 안 맞게 쳤다고 얘기 할 수도 없고 ㅠ,.ㅠ

모...승부의 세계가 그런거 아닌가...^_^;

넘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ㅡ,.ㅡ

술 내가 사면 되잖아!!




------ 백조 ------

놈은 아무래도 선수였나 보다...

어떻게 놈이 델구 온 술집은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담^^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 한잔 먹더니 놈이 이실직고를 한다...

사실 아까 져 줄라 했는데

그게 맘 대로 안 됐대나...

술 자기가 살 테니까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란다...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더니

좋다고 헤~~ 하고 웃는다...

순진한 건지 모자른 건지 모르겠다....ㅜ.ㅜ

암튼 나쁜 놈이 아닌 것 만은 확실했다...

그러면서 오늘 믿었던 데서 또 떨어져서

아까 좀 우울했단다...

근데 날 보니까 기분이 풀렸다나...

음....그랬었군. 그 기분 내가 잘 알지...^_^;

어쨌건 나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니

좋은 얘기겠지... 뭐

어차피 서로가 노는(ㅡ,.ㅡ)사람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길 털어놨다...

2년 넘어 다닌 회사였는데

사정이 어려워져서 사다리를 타서 자르기로 했는데

그냥 자기가 나왔단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기혼자라

차마 그 순간까지 갈 순 없었단다...

잘은 모르지만 그게 이 사람의 있는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백수 ------

안주가 맛있다며 그녀가 웃었다...

바보 같았다... ㅡ,.ㅡ

담부터 맛있는 집만

델구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해진다...

사이좋게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길 나눴다...

어쩌다 보니 그녀에게 회사를

나온 이야길 해 줬다...

대학 과 선배분이 하시던 의류회사 였는데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의 비애를 겪어야만 했다...

차마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찍어낼 수 없다고

사다리를 타자고 했다...

모두 기혼자 아니면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데려와 놓고 못 할 짓을 한 것 같다며

미안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랑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다...

다시 그 순간이 오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나보다 사회생활이 길었다...

4년 가까이 일한 회사였단다...

그 녀 역시 매일매일 옥죄어 오는 정리해고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권고사직의 형식을 빌어 회사를 나왔단다...

아쉽긴 하지만 그녀도 후회는 없단다...

그러고 보니 둘다 뒷일을

생각 안 하는건 비슷한 거 같다... ㅡ,.ㅡ

한 번 더 시원하게 건배를 외쳤다...^_^γ




------ 백조 ------

어찌보면 놈과 나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았다...

나도 후회는 없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후회를 한다고 해도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어떻게 다시 되돌이 킬수가 있을까...

대신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며 놈과 건배를 했다...

근데 젠장 취직이 되야 그러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ㅠ.ㅠ

아무튼 즐거운 술자리였다...

내가 "저겨, 제가 오빠라고 할까요?^_^" 했더니

"아유~~ 뭐, 다 늙어서 만나서... 뭘요...." 그런다...

다 늙어서 라니....ㅠ,.ㅠ

아니, 우리가 무슨 경로당 커플이라도 되남...

갑자기 <중년, 늦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출발의 건전한 만남> 하던

결혼 정보 업체의 광고문구가 가슴을 후벼 팠다...

싫으면 관둬라!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인간 같으니라구!




------ 백수 ------

그녀가 싱긋싱긋 웃더니 오빠 라고 부른댄다...

쑥스럽다... ㅡ,.ㅡ

주저주저 했더니 "싫어요?" 하고 묻는다...

아니 모 싫은 건 아니지만... ㅡ,.ㅡ

토라졌나?

자리를 끝낸 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합정동 이니까 우리 집이랑 멀지도 않고

가는 길이라 좋았다...^^

밤기운이 부드럽고 따스했다...

도시의 불 빛도 화사했고

시간은 천천히 코 끝을 스쳐갔다...

다소 어색한 웃음으로

그녀를 떠나보낸 뒤 전철에 몸을 기대어 섰다...

흐뭇함과 아쉬움으로 오늘을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삐링~ 하고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그 녀였다...!

"오늘 너무 즐거웠구요*^^*

집에 가서 좋은 꿈 꾸세요.

그리고 담부턴 말 놓으세요. 꼭이요

그럼 안녕^^~ 오빠!!"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넘쳐나는 감동을 억제했다...

아싸... 가어리~~~~~~ 빠샤...

허걱!!니야오후~~ 이야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오바이트를 하는 줄 알고

자리를 피했다...

신난다~~~~!!!!!

아, 오늘은 간만에 일기를 써야겠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갱숙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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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아....기분 더럽다.
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ㅜ.ㅜ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도대체 멀쩡하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무슨 능력으로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모 내가 면접관이라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
같은 값이면 영어도 잘 했으면 좋겠고 컴터도 잘했음 좋겠고

기왕이면 제 2 외국어로 일어도 좀 하고
또 왠만하면 중국어나 러시아어도 읽기 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걸....
거기다 나이는 어리면서, 사회경험은 많으면 금상첨화겠지....

씨바.....차라리 슈퍼맨을 뽑지 그러냐.....ㅠ.ㅠ
왜? 학창시절에는 리더였음 더 좋고 군대는 장교출신에다
운동은 옵션으로 만능이었음 좋겠지?

아....자신없다......
물론 나 자신이 모자르다는 건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했다.
학점 지랄 같은 건 내 잘못이지만 토익도 열심히 보고
한자 능력 검정시험도 보고 컴터도 남들 다루는 정도는 한다.

두들겨 맞으며 군대생활도 마쳤고
쫌만한 회사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열과 성을 바치며
사회생활도 했다.

근데......취직은.....
먹고 살긴 너무 힘들다.......

다 좋은데, 제발 방송에서 일할 사람 없다는 얘기만 안 했음 좋겠다.
무슨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릴 가린다고...?

그러면서 T.V를 통해서 공개구인 같은 걸 한다.
지네 회사는 누구나 와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아....진짜...... 맛간다.......
지네 기준은 이미 정해놓고 무슨 사람이 없다고 난리람....

나이는 어리고 경력은 많은
속칭, 현장투입형이 그렇게 흔한감.....ㅜ.ㅜ

부모님은, 내가 배가 불러서 취직을 안 하는 줄 아신다.
아니다!! 쉬파~~ 배 고파 죽겠다.

젠장, 정말로 믿었던 데서 떨어지니까 죽고싶다.
면접관 이 인간은 왜 쌔끈하게 웃으면서 기대를 줬담.....ㅜ.ㅜ
걍, 나가~~ 이 쉐야~~~ 그러는게 더 난데.....

에이......화난다....
낼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인데.....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만사 귀찮다....

근데 술 한 잔 먹을라 했더니 왜들 바쁜 척이람.
존심이 있지 백수 주제에 직장인들에게 시간 구걸할 순 없지.

그녀에게 전화를 해 볼까?...
하루 당겨서 만나자고 해도 괜찮으려나?


------백조---------------------
낮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다.
무슨 저승사자 비슷하게 생긴 넘인데 흰 턱시도에 검은 넥타일 맸다.

그러면서 목을 누르는데, 아무리 꿈이지만 어이가 없어
피식피식 웃었더니 왜 웃느냐며 막 성질을 낸다....

그더니 "너 백조지? 이 인간아."하고 히죽히죽 웃는 것 이었다.
......아무리 꿈이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개쉐이가~~~ 니가 나 노는데 보태준거 있어!!!!" 하며
죽탱이를 날렸다.

순간 삘릴릴리~~ 하며 핸펀이 울렸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다.

그 인간 이었다.
자다 받은 티를 안 내려고 일부러 저음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왠지 그래도 눈치를 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눈치를 챈 것 같진 않지만 오늘 좀 보잰다.

낼 만나자면서요 했더니 낼은 낼이고 오늘 좀 만나잖다.
오~~ 쎄게 나오는데.......^^
근데 왠지 목소리의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었다.

암튼......
아씨~~ 그럴거면 진작 얘기하지~~!!! 애들한테 낼 못 나간다고 얘기해서
욕 절라리 먹었잖아....!!!

어쨌건 시청에서 만나기로 하고 후닥닥 준비를 했다.
근데 거울 앞에서 부은 눈과 산발한 머리를 보니
아무리 백조지만 오늘은 좀 튕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도 열라 고팠지만 참기로 했다.
가뜩이나 놀면서 붙은 군살이 괴롭기만 했다.
그래도 배는 고파온다...ㅠ.ㅠ

이씨~~ 배곱파 디지게따..........


-----백수---------------------------
우울했는데......
잘록한 허리를 흔들며 걸어오는 그녀를 보자 기분이 무척 밝아졌다.
물론 허리만 그랬다....

며칠 안 본새 얼굴은 더 좋아진거 같았다.
식사 했냐고 물어봤더니 "아, 예..." 하며 들릴 듯 말 듯 대답했다.

............여학생 많은 과를 다녀 경험상 안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대답할 경우 백푸로 쫄쫄이 타고 나왔다.......

입 맛은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 같더니 배시시 웃었다.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동 쪽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앞을 가로 막았다.

"아니, 이게 누구예요?"
"어?....."
"이야~~ 군대 제대하고 얼마만 입니까?"

군대 있을 때 후임병 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뭐...그냥....그렇지...뭐.........넌?"
"저, 이 근처에서 일해요."
녀석이 명함을 내밀었다.
부근 언론사 기자였다.

"야, 난 명함이 없다. 미안하다. 야."
"에이, 뭐 그런 말씀을.......근데, 어떻게? 애인이세요?"
놈이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그렇지, 뭐."
대충 얼버무리고 녀석과 헤어졌다.

초라한 기분이 드는 날이었는데 왠지 그녀 앞에서
더 작아진 것 같아 의기소침 해졌다.

그래도......재미있게 해 줘야겠지....


---------백조-----------------
스파게티 집은 정말 좋았다.
대학 때 오던 데라는데 이 놈은 어디 먹으러만 다녔나 보다.
그 시간에 공부 좀 하지...

아무튼 분위기도....맛도 모두 Good! 이었다.
녀석이 자기 몫까지 밀어준 마늘 빵도 넘 맛있었다.^^

거기 주인 아저씨가 놈과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오랜 만에 왔냐고 같이 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냐고 물으며 반겼다.

근데 다 여자 이름이었다.
음....놈의 과거가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이 인간이 데리고 온 몇 번째 여자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그렇고 얘는 왜 이렇게 다운돼 있을까?
특히 아까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더니 더 그런다.

얼핏 보니까 명함을 받으면서 기가 죽은거 같던데....
에이~~ 모야, 도대체....무슨 기자라도 되나?....

내가 보기엔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 같던데...
왕년에 명함 안 뿌리고 다닌 사람 있냐고!!!

식사 후 시킨 과일도 깔끔한게 좋았다.
어쨌건 가늘고 예쁘게 생긴 맥주잔으로 건배를 했다.
근데 이 인간이 오늘은 조금 진지하다.

오늘 갑자기 불러 죄송하다며 "괜찮죠?" 라며 히쭉 웃는다.
그럼, 안 괜찮다고 그러리? 아니, 안 괜찮으면 내가 나왔을까..?


---------백수------------------------
친구 선배가 하는 가게에 오랜만에 왔다.
학교 다닐 때 후배들하고 종종 오던 곳 이었다.

나만 보면 넌 언제쯤 진짜 니여자랑 함께 올 거냐고
농담섞인 핀잔을 주던 형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뭐 안 좋은 일 있냐고 그녀가 물어 오는데
차마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단 얘긴 할 수 없었다.

좀 걷자고 했다.
바람은 선선했고 하늘은 맑은 오후였다.
그녀도 가끔씩 길게 숨을 고르며 늦은 오후의 거리를 즐기는 듯 했다.

창덕궁을 거쳐 창경궁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니 우울함이 가시는 듯 했다.



---------백조--------------------------------

씨......아직 과일 많이 남았는데...

이 인간이 좀 걷잖다.
하긴 걷다보니 소화도 좀 되고 괜찮은 것 같았다.

근데 자꾸 트림이 올라와서 괴로웠다.
놈이 눈치 못 채게 입 안에서 삭여서
숨 쉬는 것 처럼 후~~ 하고 내 뱉었다.

전혀 눈치 까지 못 한 것 같았다.^^V

근데 이 놈이 뜬금없이 무서운 얘기 해 줄까요? 하더니
예전에 술 먹고 밤에 여기를 걷다가 귀신을 봤단다.

뭐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가더라나...

황당한 놈이다....
대낮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람....

근처 점집 하는 여자가 바람쐬러 나왔겠지...


--------백수----------------
오랜만에 이 길을 걸으니
예전 후배들과 함께 귀신을 봤던 일이 생각났다.

달빛을 받으며, 한복을 입은 여자가,
미친듯이 길을 내달리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남자들끼리 껴안고 엉엉 울었다...ㅜ.ㅜ

근데 그 얘길 해 줬더니 열라 깬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우씨.....진짜루 무서웠었는데....

궁에서 일하던 여자 일거라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쳐져서 그런지
잼있게 얘길 못 했나 부다...

정신차리자!
취직은 다시 알아보면 되지 뭐.

근데.....취직이 되긴 되려나...?...ㅠ.ㅠ
출처 : 다이빙 라이프
글쓴이 : 케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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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백수와백조[4]

------백수------
오늘 친구 녀석의 집들이다.
젠장, 그런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기양 잘 다녀 왔다고 밖에서 술이나 한 잔 사면 되지.
뭔 놈의 집들이람.

이젠 얄팍한 퇴직금도 다 떨어져 간다.
뭘 사야 하나 하고 한참을 고민하다
동네 문방구에 가서 포장지를 사왔다.

그리고 며칠 전 이모가 써보라고 갖다준
주방용 세제를 이쁘게 포장했다.

모...아직 한번도 안 쓴 거니까...^^;
인터넷을 뒤적거려 포장하는 방법대로 따라하니까
그런대로 완벽했다.^^a

어머니가 안 계신 틈을 타 잽싸게 집 밖으로 들고 뛰었다.
어머니...용서하소서....돈 벌어서 갚아 드리겠슴다....ㅜ.ㅜ

근데 그 웬수도 오겠지?
지난 번에 엄청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던데...

괜한 짓을 한거 같애서 말도 못 붙이고 걍 헤어졌다.
아무래도 날 양아치로 볼 거 같다.-.-

제발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으면....
근데.... 쫌 보고 싶긴 하다....^^;


------백조----------
집들이를 도와 준다고 일찍부터 와 있으니까
친구가 살다가 별 일 다 보단다.

내일은 해가 안 뜰지도 모를 것 같다나....-.-
부침개 주걱으로 내려칠까 하다가 꾹 참고 한 번 씩~ 웃어줬다.


지난 번에 놈과 별 이야기도 못하고 헤어져서 좀 아쉬웠다.
다행이었다. 친구가 집들이를 한다니....^^

근데 이 웬수는 지난 번에 그러고 나더니
밥 먹을 때도 그렇고 집에 갈 때도 통 말이 없었다.

빙시... 연락처라도 함 물어보면 못 이기는 척 가르쳐 줄라 했더니...
하여간 쫌 좋아지려 하면 염장을 지른다니까....

대충 지지고 볶고 시킬거 시키고 했더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근데 친구가 맛을 보더니 넌 음식도 잘 하는 애가
왜 시집도 못 가냐고 핀잔을 줬다.

순간 뒷목이 뻣뻣해 지며 야채를 썰던 칼끝이 부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아....하지만 오늘은 무조건 참기로 했다.

친구들이 먼저 오고 쫌 있으니까 신랑 친구들도 한 두 사람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근데 이 백수가 나타나질 않는다.
내 음식 솜씨를 보여줄라 그랬는데...ㅠ.ㅠ

음냐음냐 하며 우걱우걱 잘도 먹어 치우는 인간들이 얄미웠다.
이 인간은 신랑 친구들이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다.

우쒸......나타나기만 해 봐라!!


----백수---------------------

4호선을 타고 잠깐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시간은 한 시간이 넘게 지났고 서울역 이었다.

이상하다 하며 멀뚱멀뚱 생각해보니 종착역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충무로를 지나친 것 같았다.ㅜ.ㅜ

아무래도 노니까 몸까지 맛이 가는 것 같다.
진동으로 해놓고 잠든 핸드폰에 받지 않은 전화가 다섯 통 이었다.

쒸...ㅜ.ㅜ
가믄 맛 있능거는 먼저 온 인간들이
다 먹었겠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역시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는 술자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대충 술을 밥삼아 남은 음식들을 주워 삼켰다.
재수씨 음식 솜씨가 제법이었다.

"재수씨 이 찌개 죽이는데요~"
했더니 옆에 있던 그 백조가 열라 꼴아봤다.

참... 성격도 이상한 여자다.
저 여잔 아무래도 술을 먹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조-------------------------
한심한 녀석이다.

뭘하다 왔는지 얼굴엔 개기름을 철철 흘리며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남긴 음식을 먹으면서도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웃는지....

친구가 "사실 이 음식 얘가 거의 다 만들었어요." 하니까
멋쩍은지 한다는 말이 "아...예..." 였다.

....좀 칭찬 해주면 누가 뭐라나...
하여간 저 인간 하고 나랑은 타이밍이 안 맞는다니까.


폭탄주가 몇 바퀴 돌더니 신랑신부한테 듀엣으로
노래를 시켰다.

이것들이 술기운인지, 아주 서로 나긋나긋하게
쳐다보며 "사랑의 대화" 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참자......죽기 전에 나도 저럴 날이 있겠지.....!!

한두 사람이 한 곡조씩 더 뽑더니
누군가 이 분위기 그대로 노래방으로 가자고 제의했다.

자리를 옮길 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보니까 전철 안에서 잠들었댄다...!!
도대체 이 인간은 뭘 믿고 이리 천하태평인지 모르겠다....ㅜ.ㅜ


----백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저 백조의 음식솜씨가 제법이었다.

아무래도 실력이 나랑 막상막하일 것 같았다.
하긴 집에서 노는 사람들이 집안 일이라도 잘 해야지...

친구들이 노래방에 가자니까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
역시 아줌마들이 많아서 그런지 노는데 빼는게 없었다.

젤 큰 룸을 잡고 맥주를 시켰다.
모 노래방에 왔다는 것 보다는 노래와 춤이 자유로운
술집에 온 거 같았다.-.-

근데 신랑신부가 한참 놀더니 마이크를 잡고 그녀와 나를 불러냈다!!

뭐 지네 부부 결혼하고 집들이 하는데 젤 수고가 많대나
어쩌대나 하면서 둘다 솔로인 사람끼리 노래 한 번 하랜다..

"아~씨 됐어." 하니까 옆에서 박수치고 난리다ㅜ.ㅜ
그렇게 뻘쭉하게 둘이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섰다.....


-----백조----------------
우.....쩍팔려따....

분위기에 떠밀려 놈과 마주서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근데 놈이 "저겨, 듀엣곡 모 아시는 거 있어여?"
하고 물어봤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나도 갑자기 생각나는게 없었다.
글타고 놈과 "사랑의 대화"를 부르기도 뭐하고...

놈이 뭔가 큰 결심을 한듯이 그럼 아무 노래나 부르란다.
대신 자기는 옆에서 율동을 하겠다나....

설마했다....
이 인간은 주로 <전국 노래 자랑> 을 보나 보다...ㅠ.ㅠ

무슨 괴상한 막춤을 몸을 배배 꼬며 추어댔다.
그러면서 날 쳐다 보길래 어이가 없어 웃었더니
잘 한다고 생각하는지 더욱 발광을 해 댔다.

덕분에 나도 노래 부르다가 삑사리를 냈다....

사람들은 뒤로 넘어가고
몇 몇 친구들은 킥킥대며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ㅜ.ㅜ


----백수--------------

아무래도 둘이 어설프게 듀엣을 하느니 내가
망가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임상아의 <뮤지컬> 을 불렀다.
노래도 절라 잘 했다.

왠지 모든 면이 예뻐 보일라 그랬다.
그래서 춤추다 눈이 마주칠 때 씩~ 웃었더니
그녀도 날 보고 따라 웃었다.

힘이 나서 더욱 미친듯이 망가져 줬다.
사람들이 환상의 듀오라며 박수를 쳐줬다.

뭐....이쯤이야...*^^V

어쨌든 그럭저럭 즐거운 날이었다.

분위기도 좋은 것 같고 해서
노래방에서 나올 때 술기운에 용기를 내어
이번 일요일에 만나고 싶다고 이야길 했다.

일요일이요.....? 하더니 한참을 머뭇 거렸다.
씨.....그문 그렇지....

나 같은 백수가 여자는 무슨 놈의 여자람...ㅠ.ㅠ
아니 저.....바쁘시면 어쩔 수 엄구여...하며 돌아설 때 였다.
몇 시에요? 하고 그녀가 물어왔다.

......대한독립 만세 였다!!!


---백조---------------
노래방에서 나와서 모두 흩어 지려 할 때였다.

이 인간이 "저기여, 일욜 날 영화 한 편 때리실 래여."
하는 것이었다.
수법도 클래식하긴...

근데 하필....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오랜만에 보기로 한 날 이었다.
에이, 이 인간은 백수가 하고 많은 날 중에 일요일이 뭐람....

주중에 보면 안 되냐고 하려 했는데, 이 인간이
그러면 어쩔수 없죠. 라며 돌아서려 했다.

하여간....그래갖구 여자를 어떻게 꼬실려구....
그냥 그러자구 했다.

애들이 갖은 욕을 할 상상이 밀려 들었다.
일욜날....재미만 엄써봐라.

넌 죽음이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갱숙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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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3번마!! 7번마!! 반마신 차이 입니다!!
결승선 통과하는 3번마 박태중 기수,
아!!! 11번마 이 2착으로 들어옵니다.!"
백수에게 휴일 날, 과천경마장은 참 좋은 곳이다.
100원 부터 걸 수있고 그리고 짜릿함을 느낄 수있다.

난 개인적으로 한 판에 2000원 이상 걸지 않다.
뭐.....그니까 하루에 많이 잃어 봐야 극장비 정도였다.
물론 백수에게 그 돈이 어딜까마는..-.-
가끔 운 좋으면 일주일치 용돈을 따 갈때도 있다.
하지만 쩍 팔려서 항상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혹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늘 조심스럽다.

언젠가 맨얼굴에 옆집 아저씨와 마주쳐서
서로 무안했던 기억이 늘 조바심을 일으키게 한다.

2번마와 5번마를 찍었을 때였다.
2번이 앞에 달리고 9번이 5번을 추월 할라 말라 하고 있었다..
"저 개자식~~ 아니 말자식!! 안 돼~~!!"
삘릴릴릴리~~~ 전화가 울렸다.

"예 여보셥."
"야, 나얌 마!"
접때 결혼한 놈이었다.
"어, 왜?"
갑자기 우와~하고, 함성이 들려왔다.
경마장 가보면 안다. 결승선 도착 때의 그 괴성을.
"이 자식, 또 말밥 주러 갔구만."
"아니....그게 아니고....."날아갔다. ㅜ.ㅜ
2, 9번 말이 들어왔다.....ㅜ.ㅜ
"젠장!! 근데 왜.....?"
"나 여기 서울 대공원 이야."
"어? 거긴 왜?"
야외촬영을, 사진을 공부하는 후배한테 시켰는데
별루 맘에 안 들었단다.
그래서 바람도 쐴 겸, 지금 사진을 좀 찍고 싶단다.

경마장 인거만 안 걸렸어도 빼는건데...젠장,
한 정거장이니 어쩔수가 없었다.
7500원 잃었다.ㅠ.ㅠ
담엔 꼭 따야지!!



♡백조♡
젠장.... 힘든 한 주였다.
취직은 너무 힘들다...
여자 나이 30 먹으니까 무슨 괴물 보듯이 했다.

어제 면접 봤던 회사의 그 자식은 정말 재수 꽝 이다.
피~~ 웃으며, 근데 왜 결혼은 안 하셨냐구?

내가 왜, 그런 얘기를 그 자식한테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도 많이 먹어봐야 30대 중반인데...엄청 껄렁댔다.
재수다...
그리고 힘들다.
전화가 왔다.
설 대공원으로 나오란다...
만사가 귀찮았다.
그냥 가기 싫다고 그랬다...
근데 놈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아~~ 모야~~ 나 보고 하루 종일 니네 사진만 찍으라구?"
나간다 그랬다.그냥 가고 싶었다...


♠백수♠
앗!! 그녀가 왔다....!!
일단 쩍 팔렸다.

웅...접때 여동생이 오빠같은 백수한테
무슨 여자친구가 있냐고 그랬다.

가끔씩 얘가 내 동생이 아니었음 할 때가 있다.
그래야 한 대 치던지 할 텐데.

씩~~ 웃으며 그때 잘 들어갔냐고 그녀가 물어봤다.
인간아! 술 좀 작작 먹어라...그러는거 같았다.

할 말이 엄써다.
내가 뭔 실수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니까.

근데 밝은 햇빛 아래서 보니까 뽀사시 한게 이뻤다.
웬지...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백조♡
이 자식이 또 날 피하는거 같다.
꼴에 선글라스는 뒤집어 쓰고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질 않는다.

그냥 길에다 버려두고 갔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 들었다.
아...오늘은 이 놈을 어떻게 골탕 먹여야 하나.

말없이 셔터만 눌러대는 놈에게
하루 종일 사진만 찍어줄 거냐고 짜증을 냈다.

소심하긴...
"그문...어떻게...할까요..."하고 버벅 거린다.
어떻하긴, 이 멍청아!!
놀이공원에 왔으면 놀이기구를 타야지.



♠백수♠

놀이기구를 타잔다.
웬지 저 여자는 겁이 없어 보였다.
제발 바이킹만 타지 않았으면...

역시나 였다... ㅜ.ㅜ
바이킹을 젤 먼저 타잔다.

이름도 위압감을 주는 이었다.
아...난 왜 바이킹만 타면 작아지는(?) 것일까.
차라리 군대 있을 때 100km 행군이 더 낫다. ㅜ.ㅜ

그녀는 정말 용감했다.
것두 젤 뒷자리에 앉았다.
거기가 덜 무섭다는 구라를 치면서... ㅠ.ㅠ

중간에 뭐라뭐라 그러는데 무슨 얘긴지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백조♡
ㅋㅋㅋ.....복수했다.
바보같은 놈 ^^*
"으...으~~" 하며 신음소리만 냈다.
내가 "군대 갔다 왔어요?" 하고 물어 보니까
"으어? 으어?" 하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면제인가 보다. -.-

울 아빠가 해병대 출신이라 면제는 절대 안 된댔는데.
shit!! 무슨 생각을!!!
암튼 귀엽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했다.
일부러 젤 무서운 걸로만 끌고 다니며 놈을 괴롭혔다.

다 타고 싶었는데,
친구 이 기지배가 미술관으로 옮겨서 몇 장 더 찍고 싶단다.
젠장!! 그 사진 얼마나 잘 나오나 보자.

근데 미술관으로 갔더니 이건 아예 염장 이었다.
쌍쌍이 몰려 야외촬영을 하고 있었다...ㅜ.ㅜ

그 때, 어떤 네모난(?) 사람이 나보고
"거기 언니, 좀 나와 봐!!" 했다.
자가 들릴락 말락 했다. ㅜ.ㅜ

사람들이 왜 살인을 하는지 이해 할 것 같았다.
여기가 무슨 고기집도 아니고
"언니." 라니...차라리 아줌마가 났다. ㅜ.ㅜ

촬영 기사는 아니고 걍 따라온 신랑 친구 같은데
그 인간이나 신랑이나 조직의 냄새가 풍기는 사람이었다. -.-

근데 이 백수가 사고를 쳤다...!!!

우리 쪽 사진을 찍어 주면서 일부러 그 사람이 끼어들게 각을 잡더니,
"어이~ 거기 당신, 저리 좀 비켜 봐." 하는 것이었다!!!

".............."

아무래도 그 인간은 약을 하는게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사각은 덩치가 저 백수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난 순간, 속으로 저 인간은 저땠구나...!!!를 외쳤다.



♠백수♠

봄이라 그런지 미술관 근처에 사람들이 열라 많았다.
거의 야외촬영을 나온 사람들 이었다.
근데 그 중, 한 팀의 인간이 좀 짜증이 났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막무가내로 비키라고 했다.
죄송합니다...혹은 실례하지만...이라고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거기다 그녀를 보고 "어이, 거기 언니 비켜 봐." 하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녀석 이었다.
엿을 한 번 먹여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이, 거기 당신 비켜봐." 했더니,
놈이 험악하게 인상을 우그러 뜨리며,
너 지금 뭐라고 했냐고 하며 다가섰다.

"모가...?" 그러면서 가까이서 봤더니 일반인(?)이 아니 것 같았다.
어쩐지... 안경을 쓰고 왔어야 하는건데... ㅜ.ㅜ
씨바....저땠구나...어제 먹은 술이 안 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어쩔 수 엄써따...
어차피 한 대 맞고 뻗을 거 개기기나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 당신은 지금 이 아가씨한테 뭐라고 했냐고 맞받아 쳤다.
놈이 일회용 사진기를 내려 놓았다.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냥 한 대 맞고 병원에 누워 버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
물론, 머리 속으로는 합의금으로 얼마를 받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ㅜ.ㅜ
주위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사람이 먼저 잘못 했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거 봐...지가 어쩔거야... V^^;



♡백조♡
놈한테 이런 구석이 있는지 몰랐다.
째끔 멋있어 보였다.
그 덩어리가 "어이, 당신이라니?" 하니까
"댁이 이 아가씨보고 언니 라며?" 하고 대들었다.
무슨 헛소린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 싸우는게 고마웠다.

그 깍뚜기가 싸울라고 사진기를 내려 놓는데,
이 백수같은 인간은 반 주먹거리도 안 돼 보였다.
부디 놈이 살아남기 만을 기도했다.
사람들이 뜯어 말리고 해서 어찌어찌 해결이 됐다.
어쨌건 좀 감동 받았다.

왠지 놈이 조금씩 좋아질라 그러는거 같다.
이 메마른 가슴에도 꽃이 피려는가 보다.
제발 오늘은 껍데기 먹자는 소리만 안 했으면...
출처 : 다이빙 라이프
글쓴이 : 케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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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하여...
..............................................................
 
 
 
 
[펌]백수와 백조 이야기..(1,2편)
1편..

--백조--

오늘 친구가 결혼한다.
비참하다......여자 나이 30.....나만 솔로다.....ㅜ.ㅜ
대학 때 결혼 한 친구는 애까지 끌고 와서 "아줌마한테 인사해야지~~" 했다.
...애만 아니면 한 대 후려 칠 뻔 했다.

친구들이 나 보고 부케를 받으랬다.
이젠 지겹다. 남자도 엄는데....부케가 다 무슨 소용이람...ㅜ.ㅜ

안 받겠다고 했더니 오늘 받기로 한 애가 못 와서 내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네들은 다 결혼을 해서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며 방방 뜨다 결국 내가 받기로 했다.
친구들이 너 성격 거칠어 졌다며 안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 나 노처녀에 백조다....어쩔래....ㅜ.ㅜ

--백수--

31살에 백수가 됐다.......ㅜ.ㅜ;;
한숨만 나오는데 주위에 결혼하는 놈들은 왜 그리 많은지....
오늘도 한 놈 간다.

또 사회를 봐야 한다....-.- 젠장 남 결혼 하는데 사회 본 건만 벌써 수십 번이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근데 식장에 들어가기 전 계단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여긴 금연도시인데 담배애기 나오네 이글은 마음속으로 삭제^^::)
아래쪽에서 여자 몇 명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로 부케를 받으라고 미루고 있었는데, 목숨걸고 싸우고 있었다.
뭘 그런걸 가지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결국 한 여자가 받기로 했는데 그 여자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암만봐도 성깔이 더러운거 같았다.....난 저런 여자랑은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어랏, 근데 그 여자가 우리랑 같은 팀이다. 왠지 일진이 안 좋을 거 같다.

--백조--

피로연을 하는데 아까 사회를 봤던 놈이 내 앞에 앉았다.
근데 자꾸 날보고 실실 쪼갠다......꼴에 이쁜건 알아갖구.
아닌가...? 내가 백조 인걸 눈치깠나? 음...요즘 자꾸 소심해 지는 것 같다.
건배를 해도 나랑은 왠지 피하는 거 같다. 이 자식이 내가 논다고 깔보나...

한잔 두잔 먹다보니 술이 좀 올랐다.
이 자식이 자꾸 날 피하는 거 같았다.....술을 먹여서 보내고 싶었다.

꼭 허여멀건게 백수 같이 생겨가지곤....하긴 백수는 아니겠지.
내가 노니까 남도 노는 걸루 보인다....ㅜ.ㅜ

근데, 왜 나랑은 건배 안 하냐고 했더니, 그럼 게임 해서 지는 사람이 마시기로
하잖다. 좋다고 했다. 나도 이나이 먹도록 안 해본 게임이 없다.

속았다......사람 몸에서 <지>자로 끝나는 걸 대자고 했다.
엄지, 검지, 무명지, 중지, 약지 가 우선 나왔다.

배때지, 허벅지, 모가지.......응용해서 손모가지, 발모가지도 나왔다.
내가 할 차례였다. 장고 끝에 "장딴지" 하고 외쳤다.

놈이 씩~ 웃더니 해골바가지란다..
....폭탄주 한 잔 원샷했다.

놈이 다시 귀지 란다.
또 마셨다.....ㅜ.ㅜ

이번엔 피지 란다...


죽이고 싶었다.......3잔 째다.
이젠 없겠지 했는데.....실실 웃더니

코딱지 란다....더러운 놈....
놈은 선수 였다........
연거푸 네 잔을 먹었더니 하늘이 뱅뱅 돌기 시작했다.....


--백수--

성질도 안 좋은 여자가 술도 더럽게 잘 먹었다.
비장의 기술로 보내 버렸다...^^V

2차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근데 이 웬수가 엎어져 있더니, 나이트란 소리에 "어~~ 나도 가~"
하며 몸을 일으켰다. 진짜 진상 이였다.

나이트에 가선 시체처럼 잠만 잤다. 폐인 같았다.
나중에 결혼 해도 절대 저런 딸은 낳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적당할 때 집에 갈려고 했는데, 친구놈이 오늘 지네 집에서 자고 내일 공항까지 운전을 해 달란다.

호텔서 안 자냐니깐 잠깐 눈 붙이는데, 뭐하러 호텔에 가냐고 재수씨가 그런다.
...싫다고 하고 싶었는데 변명거리가 없었다.
백수인거 뻔히 아는데, 바쁘단 핑계를 댈 수가 있어야지...-.-

근데 젠장, 그 시체도 같이 가서 잔댄다.
모 별 수 엄써따. 택시에 태우고 친구 부부와 넷이, 얻어놓은 아파트로 향했다.
아무래도 잘 때 몸조심을 해야 될거 같다.

--백조--

아웅~~ 새벽에 깼는데 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 체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
몸을 일으키고 보니 내 방이 아니었다. 헉! 여기가 어디지...?

혹시 아까 그 백수같은 놈이 날 어떻게 하려구?
근데 불을 켜고 자세히 보니 낯이 좀 익은 방 이었다.
며칠 전에 친구가 가구 들여 놓는다고 할 때 와 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제 쓰러지니까 여기다 끌고 온 것 같다.
하긴.... 집에 가서 엄마한테 욕 먹는 거 보담 낫다.
울 엄만 날 팔아서라도 시집보내고 싶단다. 젠장, 그게 딸한테 할 소린지...
우~~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거실로 나왔다.

헉~~ 근데 이게 모람!! 왠 이상한 놈이 머리는 까치집을 한 채 거실바닥에 뒤집어져 자고 있었다.
아까 그 웬수 놈이였다.
추운건지 술기운이 떨어졌는지 달달 떨고 있었다.

저 놈 땜에 맛이 간걸 생각하니 생각 같아선 똥침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었다.
두 손을 모았다가.......참았다......내 손에 치질이 옮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이들었
다.

대신 아무렇게나 걷어찬 이불을 덮어 주었다.
이녀석도 잠버릇이 꽤 고약할 거 같았다.

뭐...그런데로 귀여운 면이 있긴 했다. 사실 아무리 봐도 서른 하나로는 보이지않는 동안이었다.
그래도 아까는 넘...얄미웠다.

냉장고를 열어 보았더니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괴로웠다.....하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거울 속에서 왠 미친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째리고 있었다.
나였다.....ㅜ.ㅜ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하는 수 없이 수돗물을 틀어 손으로 받아 마시는데 밖에서 똑똑하고 노크를 했다.

"저기요....마실 물 여기 있는데요."


--백수--

친구가 남자끼리 함께 자자는 걸 "그래도 첫날 밤인데." 하고 밀어 넣었다.
방이 2개라 그 인간을 작은 방에 재우고 난 마루에 누웠다.
눕히기 전에 다시 한 번 쳐다봤더니 사실 그런데로 예쁜 얼굴이긴 했다.
근데 아무래도 내 처지를 생각해서 그런지 별 느낌이 없었다.

아무래도 요즘은 일부러 여자들에게 무심하는 척 하는 것 같다.
하긴 백수가 뭐 그런 걸 깊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근데 그 인간 잠버릇 진짜 고약했다.
무슨 여자가 코를 그렇게 고는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바닥도 너무 더워 이불을 걷어 내고,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락말락할 때 였다.
끼이~ 하고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웬수가 잠이 깬 모양 이었다.

그냥 죽은 척, 아니 자는 척 하고 누워 있었다.
순간 자꾸 재채기가 나올라 그래서 억지로 참았더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근데 내 앞에서 잠시동안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덮칠 것만 같았다.
젠장 집에 갔어야 하는 건데....잠에서 깨는 척을 할 까... 할 때 였다.

그 여자가 이불을 덮어줬다. 우라질......더워 죽겠는데......
그래도 여자가 그렇게 해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구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후루룩~~ 하고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바보같이 물 사온거있는데....^^;;
모른 척 할까 하다가 문을 두들겼다.
문을 여는데......깜짝 놀랐다.

눈이 퉁퉁 붓고 머리는 산발을 한게 영화 <링>에 나오는 귀신이었다......



백조와 백수 (2)



--백조--

두시 반 비행기라 그래서 넉넉하게 10시 쯤 집에서 나왔다.
그냥 집에 가서 엎어지고 싶었지만, 어제 재워준 성의를 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오전에 중국집 배달 시킬만한 데도 없어 공항가는 내내 속이 울렁 거렸다.
그나마 일요일이라 시내에 차가 별로 없는게 다행이었다.

근데 그 웬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실 실실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약을 하는 놈 같았다. 거기다 라디오에서 핑클 노래가 나오니까 "오! 예~" 하며 따라 부른다.

.....뭔가 잃을게 없는 놈 같아 보였다....
사고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꼭 움켜 쥐었다....


--백수--

운전을 하고 가는데 자꾸만 새벽에 산발한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옆에 앉았는데, 얼굴을 봤단 너무 크게 웃을 거 같아서 앞만 보고 운전했다.
마침 핑클의 노래가 나오길래 웃음을 참으려고 크게 따라 불렀다.

도착해서 대충 신공항 건물 좀 구경하고, 국수 한 그릇 때리고 친구 녀석을 들여 보내는데 이놈이 수고했다고 봉투를 내밀었다.
안 받을라 했는데, 이 자식이 자꾸 "같이 데이트나 해." 하고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별로 고맙지가 않았다...근데 줄라문 저 인간 안 보는데서 줄 것이지.


--백조--

기지배....몰디브로 간단다.
말만 들어본 그 곳....나도 과연 그런 곳에 가 볼 날이 있을지.
생각만 해도 서러움이 자꾸만 복받쳐 올랐다.....ㅜ.ㅜ
근데 이 웬수는 신랑이 주는 돈을 자꾸 싫다고 거부하고 있었다.

빙시......확 내가 나꿔채고 싶었지만 체면 땜에 참고 있었다.
돌아 오는 길에....둘이 있으니까 쪼끔 썰렁했다.
아....지금 이 길이 신혼여행의 길이라면.....물론 저 녀석이 아닌다른사람과....

아파트 관리소에 차 열쇠를 맡기고 나더니, 녀석이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
았다.

...한참을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사내자식이 그렇게 용기가 없어서....
데이트 하고 싶음, 하고 싶다고 말을 하던가...

분명히 영화 한 편 보자고 얘길 할 거 같았다.
음....볼 까 말 까......하긴 아까 받은 돈도 있으니 아까워서라도 봐야 되겠지.
근데 이 자식이 한다는 말이......

"저기요.... 요 근처가 충무로 잖아요..."
"근데요?"

"여기 돼지 껍데기 죽이게 하는데가 있는데, 우리 껍데기나 먹으러 가죠."
"................!!!"


--백수--

씨....걍 집에 가고 싶었지만, 돈 땜에 그럴수도 없어 한참을 고민했다.
에이, 이 자식은 5만원 줄거면 그냥 주던지.
뭘 봉투에다 넣고.....

하는 수 없이 껍데기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근데....쫌 실망한 눈치 같았다. 바부...껍데기가 얼마나 맛 있는데.
막상 들어가 앉아 맛을 보더니 나보다 더 잘 먹는다.....^^;

어제 간만에 술 맛을 봤더니 오늘은 오후부터 술이 땡겼다..
역시.....술은 쉬면 안 된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얘는 어제 많이 먹어서 안먹을 줄 알고 "안 드실거죠?" 했더니 한 잔 달란다.
.....그래 차라리 빼는 여자보단 낫다....



--백조--


......황당했지만 이 자식이 자꾸 맛있는 거라고 벅벅 우겨서 따라갔다.
가게도 어디 꾸시시 한데로 끌고갔다. 수 틀리면 확 엎어버리리라 맘 먹었다.
근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첨 먹어보는 거였지만 굉장히 고소하고 씹는 맛도 좋았다.
녀석이 "거봐요~~ 등소평이 그것만 먹었다니까요." 하고 자랑을 했다.

확실히 입맛이 도니까 짜증이 봄눈 녹듯 확 가라 앉았다.
아...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매너도 있는 놈 이였다. 의자를 빼주고 젓가락과 숟가락을 맞춰주고 그 밑에 냅킨까지 깔아 주었다.

고기도 잘 구워진 것은 내 앞으로 밀어주며 드시라고했다.
그래서 안 마시려던 술을 한 잔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백수--

나는 전생에 웨이터 였나 보다.
어디 들어가서 앉기만 하면 자동으로 세팅을 해야 직성이 풀리니...
고기도 남이 뒤집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근데 이상했다.
아까 그렇게 생각이 나더니 몇 개 먹고 나니까 별루 땡기질 않았다.

아무래도 입덧을 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걔한테 다 밀어줬더니 우걱우걱 잘도 씹는다. 배가 몹시 고팠나 보다....

난 술이 고팠나 보다....따끈한 어묵 국물에 소주가 잘도 넘어갔다.
약기운이 조금씩 도는거 같았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할지 고민이 됐다.
...짤린 직장을 댈까.....아니지 재수씨가 저 녀석 논다고 말해 버렸으면 어쩌지....

젠장 이래서 여자 만나는게 싫다니까....


--백조--

무슨 일 하시냐고 물어 보고 싶었지만 내 처지 땜에 그럴수도 없었다....ㅜ.ㅜ
짤리기 전에 내 발로 걸어 나올 때는 내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땐 정말 괴롭다....ㅜ.ㅜ
어느덧 소주가 2병이 비워져 가고 있었다.
이제 결혼 한 애 얘기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름기를 먹어서 그런지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났다.
근데 저 놈이 그냥 집에 간다 그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수 엄씨 캔맥주나 사들고 가서 신세한탄을
해야 하는 구나 하는 우울한 상상을 했다.

근데 놈이 맥주 한잔 어떠시냐고 물어본다. 당근 O.K 였다!!
아차차....넘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되지......


--백수--

뭐.....먹자는거 빼지 않고 잘 먹는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 다시 안 볼 앤데....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 하고 헤어지자고 했다.

내 전공 분야였다.
시원하게 500 한 잔 원 샷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젠장....내 친구들은 1000 짜리도 원 샷 하는데.
네잔 째 마시고 화장실에 가는데 띵~ 했다...
아무래도 어제 한 잠도 못 자서 그런 거 같았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눈이 퀭 했다. 으~~ 저 웬수....
그래두 얘기를 나눠보니 괜찮은 애 같았다....근데 나 자신에 대한 얘기를 회피하니까 자꾸 대화가 빙빙 겉도는 거 같았다.

하긴 내가 노는데 쟤가 보태준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자리에 돌아가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 백수 생활한지 6개월 째라고.
순간 걔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자기는 회사 나온지 2년 넘었단다. 백조란다.....그랬구나.....

한바탕 웃고.......노는 사람들끼리 뭐가 좋다구.... 몇 잔을 거푸 들이 마셨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필름이 끊어지고 말았다.....ㅜ.ㅜ


--백조--

놈이 500을 원 샷 하는걸 보니 내 학창시절이 기억났다.
지금은 체력이 딸려 안된다.
생각보다 술을 잘 마셨다....자식이...어제 좀 그렇게 마시지.

나 한잔 마실 동안에 500을 네잔이나 먹더니 화장실에 물을 빼러 갔다.
그 틈을 이용해 집에 전화를 때렸다.

"엄마 나야."
"어~ 왜?"

"엄마는.... 딸이 전화 했는데, 어, 왜가 뭐야. 걱정도 안 돼?"
"어제 은미가 전화해 주더라...너 자고 온다고."

"아유, 알았어. 끊어. 쫌 있다 갈께."
슬펐다.....이젠 체념한 듯, 초연한 엄마의 목소리가 날 아프게 했다....ㅜ.ㅜ


근데 놈이 화장실에 갖다 오더니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날 똑바로 쳐다봤다.
무슨 약물을 투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여....물어 볼게 있는데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는 집에 가서 먹었어야 하는 걸, 하는 후회가 밀려 들었다....ㅜ.ㅜ


"제가 뭐 할 거 같애요?"
".........??"

"제가 사실 놀거든요. 회사 짤린지 6개 월 됐어요."
"예....."

"근데 제 얘길 안하니까....그 뭐랄까....웬지 답답하더라고요. 뭐, 물론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더라구요. 누근가를 만나서 이렇게 짧지 않은 시간 대화를 하는데.....괜히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도 같고요. 그냥 저에 대해서 솔직하고 싶네요."

"아......예."


솔직히 의외였다. 은미 그 기집애도 그런 얘길 안 해줘서. 하긴 물어볼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솔직한 모습이 나쁘지는 않았다.

자식, 근데 벌벌 떨면서 얘길하냐...^^ 무슨 큰 죄 지은 것 처럼.
내 얘길 할 까 말 까.....?
그래 나도 솔직해 지자.


"저겨....짤리신지 6개월 됐다구요?"
"예?...아 예. 그 뭐..곧 일 들어가야죠."

요놈아...^^ 직장 잡기가 그렇게 쉽냐...그럼 내가 2년 넘게 쉬고 있겠냐....
"사실 전..... 짤린지 2년 넘었어요."

미쳤나 보다...이런 말을 이렇게 쉽게....
"예?!!!"

아~ 그자식 사람 민망하게.....

"사실 저도 백수 아니 백조예요."
"......................"

이 자식이 왜 이러나.......


"푸하하하하~~~ !!!!"
"아우, 뭐가 그렇게 웃겨요...."

"악수 한 번 합시다! 아~ 사람이, 진작 얘기하지...암튼 반갑습다!!"

웃긴 놈이 였다.....뭐가 그리 좋다구.

암튼 홀가분한 맘으로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역시 사람은 거짓말 하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놈이 백수라는 걸 털어 놓으니까 엄청 홀가분 하긴 했나보다.

술을 마구 들이 부었다....그러더니.....그냥 잠들어 버렸다.
마치 삶의 모든 긴장을 일순간에 놓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좀 안 돼 보였다.....하긴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놈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가 걱정이었다.
간신히 부축해서 밖으로 나왔다.
힘이 딸려서 잠시 계단에 앉혔다. 웬수가 내 어깨에 기대어 다시 잠이 들었다.
많이 취한 것 같진 않은데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다.

잠시 그대로 있었다. 가볍게 코를 골며 자는데 깨우기가 미안 할 정도로 곤히 잠들어 버렸다.
왠지 모를 측은함에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낄낄거림이 정신을 차리게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쩍 팔려따.....

놈의 핸펀을 꺼내서 집전화번호를 찾아 봤는데 아무것도 입력된 것이 없었다.
고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을 꺼내 뒤졌다. 복권이 나왔다. 눈물났다....꿈도 야무지게 40억 당첨금 짜리였다.

근데 내가 막 지갑을 뒤지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무슨 빽치기 보듯이 했다.
간신히 수첩에서 집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다.
여동생인거 같았다.
누구냐고 해서 얼떨결에 여자친구 라고 했다.
그럴리가 없다는 듯 의심스러워 했다.

아무튼 집이 대림동 쪽 이라는 걸 확인하고, 여동생 보고 나와 있으라 그러고 택시에 태워 보냈다.
집에 들어와 생각하니, 집까지 바래다 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핸드폰에 찍힌 놈의 집 전화번호가 보였다.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머니이신 듯한 분이 받았다.

여보세요~~ 하시는데, 수화기 저 너머에서 "아우~ 오빠 정신 좀 차려~~"
하는 여동생의 괴성이 들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전화를 내려 놓았다.
길고도 험한 1박 2일 이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갱숙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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