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예식장은
무슨 두부 공장 같다.

30분에 한 팀씩 커플들을 쾅쾅 찍어내니..
좀 여유있게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네번 결혹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신랑 신부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파티를 즐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천막안에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모두 모여 웃음을 터뜨리던
정겨움이 영화의 줄거리 보다도 생생했었다.

하긴, 언젠가 그런 얘기를 언니들한테 했더니 혀를 끌끌차며 넌 아직
정신차리려면 멀었단다....ㅠ.ㅠ

작은 언니는 한 술 더떠 그럼 국제 결혼이라 하랜다.
하여간 그 여편네들 앞에서는 뭔 얘길 못 한다니까....

건 그렇구 이 인간은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하여간 꼭 가야 되냐구 궁시렁궁시렁 댈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거람!

 

 

♤백수♤


아이 씨.....
지 친구 결혼하는데 왜 꼭 내가 가야 한담..

알지도 못 하는 친군데 꼭 가야 돼냐고 물어보니까
도대체 모가 글케 쪽 팔리냐고 소리를 지른다.

거봐...지가 먼저 "쪽 팔리냐" 며...
머 땜에 오라 그런지는 알 것 같다.

그치만 솔직히 넘 불편하다.
나야 모, 팔 쪽 안팔 쪽 다 팔은 놈이니 그렇지만
그녀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사실 글케 쪽 팔릴 일도 없지만
넘 당당한척 오바 할 자신도 없다.

좀 일찍 온 거 같아서 예식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우~~ 날도 더우니까 어제 먹은 술이
다시 올라오려고 한다. @.@

길 건너 목욕탕이 날 부른다.
그래, 아직 한 삼십 분 남았으니까 가볍게 목욕 한 판만 하고 생각하자!

 


♥백조♥


이 인간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전화까지 꺼 놓구 잠수를 타?

내가 당당하면 됐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

왜 그렇게 기가 죽어서 그러냐고~~!!
정말 화난다...

이 인간 만나고서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예식이 끝나고 뒤풀이가 진행되는 데도 연락이 안 된다.

맘 대로 해 봐!!
아주 그 딴 식으로 나오면 끝이야, 끝!!

 


♤백수♤

 

저땠다...ㅠ.ㅠ

가볍게 샤워를 하고 휴게실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ㅜ.ㅜ

어제 먹은 술이 넘 피곤 했나부다...ㅜ.ㅜ
이제 난 죽었다.

핸드폰을 켜기가 두려웠다.
역시나 그녀의 감정변화가 고스란히 음성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와. 예식 시작했단 말야."(약간의 애교)

"도대체 모하는 거야...핸드폰은 왜 꺼 놨는데..?"(열 받기 시작했음)

"정말 이럴 거야, 오기 싫음 안 오면 되지.
연락은 왜 안 받는데?!!"(절라 빡돈 상태)

"맘대로 해, 이딴 식으로 할려면 연락 하지마..."(체념상태, 열라 싸늘함)


........조금의 과장도 없이 자살하고 싶어졌다........ㅠ.ㅠ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무릎 꿇고 싹싹 비는 수 밖에 더 있남...ㅜ.ㅜ

엥? 근데 전화가 꺼져 있다.
이쒸~~ 글타고 연락을 안 받으면 어떠카라구~~~ㅠ.ㅠ

 

 

♥백조♥

 

캬......술 맛 조타~~~
더운 여름엔 기양 맥주가 최고라니까......@.@

빙시 같은게 그렇게 자신이 없어가지고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구...

에유~ 그 자식 신경 안쓰니까 속이 엄청 편하다.
전화도 꺼버렸다. 고생 좀 해보라지.

친구들이 너 놀더니 술만 늘었다구 핀잔을 준다.
그래도 좋다. 오늘은 취하고 싶다.

바보같은 놈, 친구들에게 미리 얘기 안 해논게
다행이다 싶었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음냐~~~ 화장실에 가는데 왤케 세상이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근데.....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백수♤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예식장 근처에 단체로 피로연 할 만한 데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 집도 없고, 저 집도 아니고....
하필 결혼도 방배동에서 할 게 뭐람.

세상천지가 까페고 맥주집 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만나서 뭐라고 할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게 내 잘못 이었다.

첨엔 찾아다니며 힘들고 짜증이 났지만
이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가를 깨닫게 됐다.

만나기만 하면 다신 그러지 않겠노라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백조♥

 

나이트엘 갔더니 술이 좀 깰라 그런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걍 참았다.

분명히 이 인간 집에서 잠이나 쿨쿨 잘 인간이었다.

기분도 그런데 간만에 땀이나 빼야 겠다.
스테이지에 나가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남자들이 둘러서선 좋다고 박수를 쳐댄다.
니네가 내 맘을 알고 박수를 치는거니....

블루스 타임이 오자 신랑 친구가 한 번 추잖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며 적당히 뺐다.

아무리 꿩대신 닭이라지만 거기까지는 기분이 아니었다.

다시 두타임 째 흔들어 대고 있을 때였다.

근데, 오마나!!
깜짝 놀라서 주저 앉을 뻔했다.
그 인간이 어떻게 여기 있는 줄 알았는지 저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백수♤

 

찾다가 지쳐 전봇대에 기대서 땀을 닦을 때였다.
길 건너편의 나이트 클럽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 나이트에서
정신없이 잠이들었던 그녀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래.....어쩜 저 곳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랬다......거짓말처럼 그녀가 그 곳에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내 맡기고 있었다.

잠시 지켜 보았다.
어쩜 내게 난 화를 저렇게라도 풀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가갔더니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버린다.
너무 시끄러워서 말로는 의사전달이 안 될 상황이었다.

손목을 잡아 끌었더니 뿌리친다.
다시 잡으려고 할 때, 눈 앞이 번쩍했다.

손이 매웠다.
그러나 아프지 않았다.

맞아도 싸단 생각이 들었다.

 

 

♥백조♥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잠시 물끄러미 쳐다본다.
화가 난 표정은 아니다.

다시 손을 잡아 끈다.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용서 못 할 기분이라는거 안단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어서 찾아 다녔단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란다.
그래도 화는 풀리지 않았다.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 그랬다.
아무래도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멍하니 서있는 그 사람을 두고 다시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친구들이 눈치를 슬슬보며 무슨일인가 한다.

알지 못 할 이상한 기분이었다.
허탈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다시 한 잔 두 잔 먹다보니 테이블에 있는 술이 바닥이 났다.
그렇게 잠이 쏟아지려 할 때 친구들이 그만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웠다.

몸이 내 맘 같지 않았다.
신랑 친구가 부축을 해서 간신히 입구까지 끌려나왔다.

그 때, 누군가 업히라고 자기의 등을 들이 밀었다.

"당신 뭐야?" 하며 멱살을 잡힌 사람은
바로 그였다....

 


♤백수♤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그녀가 어릴 때 그녀의 아버지가 이렇게
업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신 그러지 말라고 그녀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다.

나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날의 더위마저도 훈훈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백조♥


우쒸~~ 더워 죽겠다.

내 방엔 에어컨도 없고...
다행히 엄마.아빠가 계모임에 가서 안방에 가서 널부러졌다.

내 방에도 조그만 에어컨 하나 달자니까 그러잖다.
대신 니 돈으로 사서 달으랜다....-.-;

정말 치사해서.....
빨리 시집을 가던지 해야지.

웅...근데 보통 시집갈때 가전기기는 신부가 해가던데
그럼 씨...결국 내 돈으로 해 가야 되는 거 아냐.

그 인간한테 방에 에어컨 있나 물어봐야 겠다...^^;

씨...남들은 여름이면 입맛도 떨어진다는데
난 왤케 애가진 여자처럼 이것저것 땡기는지 모르겠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것도 없구.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양파링을 하나 집어 먹었더니 열라 눅눅하다.

아우~~ 성질나~~ 하여간 엄마.아빠는
이런 것 좀 먹고 남으면 봉지 입구 좀 잘 접어 놓으라니까....

접시에 덜어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잠시 후 빠지직~ 하며 데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난 천재야^^
빠삭한게 첨 샀을 때 보다 더 맛있다...^^;

T.V를 보며 우걱우걱 먹어 치웠다.
근데...다 먹고 나니까 허탈하고 우울하다...ㅜ.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란 생각이 든다.
이 인간은...이럴 때 날 즐겁게 해줘얄 거 아냐!!

 

 

♤백수♤

 

식구들이랑 [퀴즈가 좋다.] 란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보통 7~8 단계 까지는 나도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

젤 열받을 때가 10단계 까지 갔을 때 나는 아는 문제가 나왔는데 출연자가 틀릴 때다.

꼭 내 돈 날린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ㅜ.ㅜ

그치만 요즘은 아는 문제라도 속으로만 이야기 한다.
괜히 정답 몇 번 이야기 했다가 식구들한테 꾸사리만 먹었다.

어머니 : 그렇게 똑똑한 놈이 왜 집에만 있니?

여동생 : 오빠, 여기서 이러지 말구 오빠도 출연신청 해서 돈 좀 벌어와봐.

나 : ............-.-;

이젠 절대 말 안한다.
내가 생각한 정답과 일치하면 기양 씩~ 웃고 만다.

"오빠, 뭐가 좋아서 혼자 실실 웃고 그래?"
"어? 아냐...갑자기 딴 생각이 나서..."

여동생이 이젠 완존히 갔구나 하는 눈길로 쳐다본다.슬프다....ㅜ.ㅜ

그 때 전화가 왔다.
그녀와 나를 만나게(?) 해준 친구 놈 이었다.

"일요일인데 데이트 안하고 집에서 뭐 해?"

"어! 집인지 어떻게 알았어?"

"미안하다. 아픈델 찔렀구나. 나와. 밥이나 먹자."

"아냐, 아프긴^^(확 죽여버릴까...-.-) 근데 둘이서?"

"걱정마, 니 앤도 불렀어. 울 마누라랑 넷이서 술이나 한 잔 해."


여동생한테 사정사정해서 차비 빌려 나왔다.담부턴 이자 받을 거란다.

 


♥백조♥


고기집에 들어갔더니 그 인간이 먼저 와서 씩~ 웃고 있다.

반가움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좀 지가 먼저 연락 하지.

암튼 오늘 밥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잘 됐다.일단 먹는데 열중했다.

근데 "고기부페"라 그런지 소고기가 좀 질긴 것 같다.
아닌가. 내 이가 부실해 졌나...?
젠장 술 좀 작작 먹고 다녀야 겠다.

먹는 걸 가만히 쳐다보던 친구가
너 이럴 줄 알고 부페 집으로 자리를 잡았단다.

하여간 저 년은 돈 쓰면서도 욕 먹는다니까...

암튼 짠돌이 짠순이 끼리 잘 만난 것 같았다.

 

 

♤백수♤


마구 먹는 그녀를 보니
그동안 고기 한 번 제대로 사주지 못 한것 같아 가슴이 찔린다.

아무래도 그동안 날 생각해서 그런 얘기를 안 했나 보다.

근데 저렇게 잘 먹으면 앞으로 고기값이 만만치 않게 들것 같다.

....차라리 정육점을 하나 차릴까....


친구가 간만에 얼굴도 볼겸 같이 휴가계획이나 잡자고 불렀단다.

"휴가야...뭘, 지금도 매일 놀고 있는데" 라고 말 해 버릴뻔 했다.

그녀가 유심히 째리고 있었다...
제발 그런 자조적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었다.

어디가서 자신없어 보이는거 정말 보기 싫다고...

"그래? 괜찮지! 어때 같이 가는데 불만 없지?"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 라고 말하듯이 그녀가 웃는다.
그래, 자신있게 당당하게 살아야 겠다!!

 


♥백조♥


친구네가 휴가를 같이 가잖다.
뭐, 몇 번 미리 들은 이야기라 그러자고 했다.

이 인간...교육의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얌마! 장소는 그 날 지도 펴놓고
 침 딱 뱉어서 찍히는 데로 가면 되는 거지." 하며
자신있게 이야기를 한다.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였다.
뭐 돈이야 언제고 벌거고, 평생 놀건가?

자신있게, 어깨 딱 펴고 살라 이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도 "잘 먹었다. 형이 맥주 한 잔 살께." 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더니 나보고 조용히 "너 돈 좀 있니." 라고 물어보긴 했지만..-.-

차라리 그러는게 더 좋다.
다른 사람 앞에서 힘 없어 보이는 건 정말 싫다.

근데 2차 맥주집에 가서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기를 너무 급하게 먹었나 보다.

왠만하면 참을라 그랬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

 

 

♤백수♤


배가 아프단다.
암튼 좀 천천히 좀 먹지.

화장실에 가서 힘 주고 오랬더니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란다.

손을 잡아봤더니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급체인 것 같았다.

일단 급한 대로 옷핀으로 손을 땄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넘 꽉 체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아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 안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계속 주물러 줬다.
아픈 듯 조금 찡그리긴 했지만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내 맡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 때 쯤,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았다.
담부터 고기 먹잔 소리 못하겠구나 했더니 피식 웃다가 끜하고 트림을 했다.

창피한 지 말 시키지 말란다.

괜찮다고 하고 싶은 데로 내 뱉으라니까 입을 가리고 웃기만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몸이 괜찮아져서.......

 


♥백조♥


아씨~~ 오늘 쪽 다 팔았다...ㅠ.ㅠ

친구가 혀를 끌끌찬다.
아써, 이 년아. 애들한테 소문이나 내지마....

손따고 소화제 까지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다.
넘 꽉 막히니까 머리까지 뱅뱅 돌았다.

그가 차 안에서 계속 손을 주물러 줬다.
열라 아팠지만 참았다.

손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암튼 손 잡을 거 일년치는 다 잡았을 거 같다...^^;

집에 올 때쯤 거의 괜찮아졌다.
근데....결정적으로 그만 트림을 끄읔~하고 해 버렸다.

절라 쩍 팔렸다....ㅜ.ㅜ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지.

사실 밑으로 새는 큰 가스는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방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부욱~~ 하고 시원하게 발사했다.

엄마가 왜 오밤중에 음악을 틀고 난리냐고 고함을 친다.
씨...그 목소리가 더 큰지도 모르고....

쪽 팔리고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기분좋기도 한 날이었다.

출처 : 아름다운 세상
글쓴이 : 하얀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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