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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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백수와 백조 이야기..(1,2편)
1편..

--백조--

오늘 친구가 결혼한다.
비참하다......여자 나이 30.....나만 솔로다.....ㅜ.ㅜ
대학 때 결혼 한 친구는 애까지 끌고 와서 "아줌마한테 인사해야지~~" 했다.
...애만 아니면 한 대 후려 칠 뻔 했다.

친구들이 나 보고 부케를 받으랬다.
이젠 지겹다. 남자도 엄는데....부케가 다 무슨 소용이람...ㅜ.ㅜ

안 받겠다고 했더니 오늘 받기로 한 애가 못 와서 내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네들은 다 결혼을 해서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며 방방 뜨다 결국 내가 받기로 했다.
친구들이 너 성격 거칠어 졌다며 안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 나 노처녀에 백조다....어쩔래....ㅜ.ㅜ

--백수--

31살에 백수가 됐다.......ㅜ.ㅜ;;
한숨만 나오는데 주위에 결혼하는 놈들은 왜 그리 많은지....
오늘도 한 놈 간다.

또 사회를 봐야 한다....-.- 젠장 남 결혼 하는데 사회 본 건만 벌써 수십 번이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근데 식장에 들어가기 전 계단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여긴 금연도시인데 담배애기 나오네 이글은 마음속으로 삭제^^::)
아래쪽에서 여자 몇 명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로 부케를 받으라고 미루고 있었는데, 목숨걸고 싸우고 있었다.
뭘 그런걸 가지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결국 한 여자가 받기로 했는데 그 여자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암만봐도 성깔이 더러운거 같았다.....난 저런 여자랑은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어랏, 근데 그 여자가 우리랑 같은 팀이다. 왠지 일진이 안 좋을 거 같다.

--백조--

피로연을 하는데 아까 사회를 봤던 놈이 내 앞에 앉았다.
근데 자꾸 날보고 실실 쪼갠다......꼴에 이쁜건 알아갖구.
아닌가...? 내가 백조 인걸 눈치깠나? 음...요즘 자꾸 소심해 지는 것 같다.
건배를 해도 나랑은 왠지 피하는 거 같다. 이 자식이 내가 논다고 깔보나...

한잔 두잔 먹다보니 술이 좀 올랐다.
이 자식이 자꾸 날 피하는 거 같았다.....술을 먹여서 보내고 싶었다.

꼭 허여멀건게 백수 같이 생겨가지곤....하긴 백수는 아니겠지.
내가 노니까 남도 노는 걸루 보인다....ㅜ.ㅜ

근데, 왜 나랑은 건배 안 하냐고 했더니, 그럼 게임 해서 지는 사람이 마시기로
하잖다. 좋다고 했다. 나도 이나이 먹도록 안 해본 게임이 없다.

속았다......사람 몸에서 <지>자로 끝나는 걸 대자고 했다.
엄지, 검지, 무명지, 중지, 약지 가 우선 나왔다.

배때지, 허벅지, 모가지.......응용해서 손모가지, 발모가지도 나왔다.
내가 할 차례였다. 장고 끝에 "장딴지" 하고 외쳤다.

놈이 씩~ 웃더니 해골바가지란다..
....폭탄주 한 잔 원샷했다.

놈이 다시 귀지 란다.
또 마셨다.....ㅜ.ㅜ

이번엔 피지 란다...


죽이고 싶었다.......3잔 째다.
이젠 없겠지 했는데.....실실 웃더니

코딱지 란다....더러운 놈....
놈은 선수 였다........
연거푸 네 잔을 먹었더니 하늘이 뱅뱅 돌기 시작했다.....


--백수--

성질도 안 좋은 여자가 술도 더럽게 잘 먹었다.
비장의 기술로 보내 버렸다...^^V

2차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근데 이 웬수가 엎어져 있더니, 나이트란 소리에 "어~~ 나도 가~"
하며 몸을 일으켰다. 진짜 진상 이였다.

나이트에 가선 시체처럼 잠만 잤다. 폐인 같았다.
나중에 결혼 해도 절대 저런 딸은 낳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적당할 때 집에 갈려고 했는데, 친구놈이 오늘 지네 집에서 자고 내일 공항까지 운전을 해 달란다.

호텔서 안 자냐니깐 잠깐 눈 붙이는데, 뭐하러 호텔에 가냐고 재수씨가 그런다.
...싫다고 하고 싶었는데 변명거리가 없었다.
백수인거 뻔히 아는데, 바쁘단 핑계를 댈 수가 있어야지...-.-

근데 젠장, 그 시체도 같이 가서 잔댄다.
모 별 수 엄써따. 택시에 태우고 친구 부부와 넷이, 얻어놓은 아파트로 향했다.
아무래도 잘 때 몸조심을 해야 될거 같다.

--백조--

아웅~~ 새벽에 깼는데 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 체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
몸을 일으키고 보니 내 방이 아니었다. 헉! 여기가 어디지...?

혹시 아까 그 백수같은 놈이 날 어떻게 하려구?
근데 불을 켜고 자세히 보니 낯이 좀 익은 방 이었다.
며칠 전에 친구가 가구 들여 놓는다고 할 때 와 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제 쓰러지니까 여기다 끌고 온 것 같다.
하긴.... 집에 가서 엄마한테 욕 먹는 거 보담 낫다.
울 엄만 날 팔아서라도 시집보내고 싶단다. 젠장, 그게 딸한테 할 소린지...
우~~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거실로 나왔다.

헉~~ 근데 이게 모람!! 왠 이상한 놈이 머리는 까치집을 한 채 거실바닥에 뒤집어져 자고 있었다.
아까 그 웬수 놈이였다.
추운건지 술기운이 떨어졌는지 달달 떨고 있었다.

저 놈 땜에 맛이 간걸 생각하니 생각 같아선 똥침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었다.
두 손을 모았다가.......참았다......내 손에 치질이 옮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이들었
다.

대신 아무렇게나 걷어찬 이불을 덮어 주었다.
이녀석도 잠버릇이 꽤 고약할 거 같았다.

뭐...그런데로 귀여운 면이 있긴 했다. 사실 아무리 봐도 서른 하나로는 보이지않는 동안이었다.
그래도 아까는 넘...얄미웠다.

냉장고를 열어 보았더니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괴로웠다.....하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거울 속에서 왠 미친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째리고 있었다.
나였다.....ㅜ.ㅜ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하는 수 없이 수돗물을 틀어 손으로 받아 마시는데 밖에서 똑똑하고 노크를 했다.

"저기요....마실 물 여기 있는데요."


--백수--

친구가 남자끼리 함께 자자는 걸 "그래도 첫날 밤인데." 하고 밀어 넣었다.
방이 2개라 그 인간을 작은 방에 재우고 난 마루에 누웠다.
눕히기 전에 다시 한 번 쳐다봤더니 사실 그런데로 예쁜 얼굴이긴 했다.
근데 아무래도 내 처지를 생각해서 그런지 별 느낌이 없었다.

아무래도 요즘은 일부러 여자들에게 무심하는 척 하는 것 같다.
하긴 백수가 뭐 그런 걸 깊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근데 그 인간 잠버릇 진짜 고약했다.
무슨 여자가 코를 그렇게 고는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바닥도 너무 더워 이불을 걷어 내고,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락말락할 때 였다.
끼이~ 하고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웬수가 잠이 깬 모양 이었다.

그냥 죽은 척, 아니 자는 척 하고 누워 있었다.
순간 자꾸 재채기가 나올라 그래서 억지로 참았더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근데 내 앞에서 잠시동안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덮칠 것만 같았다.
젠장 집에 갔어야 하는 건데....잠에서 깨는 척을 할 까... 할 때 였다.

그 여자가 이불을 덮어줬다. 우라질......더워 죽겠는데......
그래도 여자가 그렇게 해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구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후루룩~~ 하고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바보같이 물 사온거있는데....^^;;
모른 척 할까 하다가 문을 두들겼다.
문을 여는데......깜짝 놀랐다.

눈이 퉁퉁 붓고 머리는 산발을 한게 영화 <링>에 나오는 귀신이었다......



백조와 백수 (2)



--백조--

두시 반 비행기라 그래서 넉넉하게 10시 쯤 집에서 나왔다.
그냥 집에 가서 엎어지고 싶었지만, 어제 재워준 성의를 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오전에 중국집 배달 시킬만한 데도 없어 공항가는 내내 속이 울렁 거렸다.
그나마 일요일이라 시내에 차가 별로 없는게 다행이었다.

근데 그 웬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실 실실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약을 하는 놈 같았다. 거기다 라디오에서 핑클 노래가 나오니까 "오! 예~" 하며 따라 부른다.

.....뭔가 잃을게 없는 놈 같아 보였다....
사고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꼭 움켜 쥐었다....


--백수--

운전을 하고 가는데 자꾸만 새벽에 산발한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옆에 앉았는데, 얼굴을 봤단 너무 크게 웃을 거 같아서 앞만 보고 운전했다.
마침 핑클의 노래가 나오길래 웃음을 참으려고 크게 따라 불렀다.

도착해서 대충 신공항 건물 좀 구경하고, 국수 한 그릇 때리고 친구 녀석을 들여 보내는데 이놈이 수고했다고 봉투를 내밀었다.
안 받을라 했는데, 이 자식이 자꾸 "같이 데이트나 해." 하고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별로 고맙지가 않았다...근데 줄라문 저 인간 안 보는데서 줄 것이지.


--백조--

기지배....몰디브로 간단다.
말만 들어본 그 곳....나도 과연 그런 곳에 가 볼 날이 있을지.
생각만 해도 서러움이 자꾸만 복받쳐 올랐다.....ㅜ.ㅜ
근데 이 웬수는 신랑이 주는 돈을 자꾸 싫다고 거부하고 있었다.

빙시......확 내가 나꿔채고 싶었지만 체면 땜에 참고 있었다.
돌아 오는 길에....둘이 있으니까 쪼끔 썰렁했다.
아....지금 이 길이 신혼여행의 길이라면.....물론 저 녀석이 아닌다른사람과....

아파트 관리소에 차 열쇠를 맡기고 나더니, 녀석이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
았다.

...한참을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사내자식이 그렇게 용기가 없어서....
데이트 하고 싶음, 하고 싶다고 말을 하던가...

분명히 영화 한 편 보자고 얘길 할 거 같았다.
음....볼 까 말 까......하긴 아까 받은 돈도 있으니 아까워서라도 봐야 되겠지.
근데 이 자식이 한다는 말이......

"저기요.... 요 근처가 충무로 잖아요..."
"근데요?"

"여기 돼지 껍데기 죽이게 하는데가 있는데, 우리 껍데기나 먹으러 가죠."
"................!!!"


--백수--

씨....걍 집에 가고 싶었지만, 돈 땜에 그럴수도 없어 한참을 고민했다.
에이, 이 자식은 5만원 줄거면 그냥 주던지.
뭘 봉투에다 넣고.....

하는 수 없이 껍데기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근데....쫌 실망한 눈치 같았다. 바부...껍데기가 얼마나 맛 있는데.
막상 들어가 앉아 맛을 보더니 나보다 더 잘 먹는다.....^^;

어제 간만에 술 맛을 봤더니 오늘은 오후부터 술이 땡겼다..
역시.....술은 쉬면 안 된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얘는 어제 많이 먹어서 안먹을 줄 알고 "안 드실거죠?" 했더니 한 잔 달란다.
.....그래 차라리 빼는 여자보단 낫다....



--백조--


......황당했지만 이 자식이 자꾸 맛있는 거라고 벅벅 우겨서 따라갔다.
가게도 어디 꾸시시 한데로 끌고갔다. 수 틀리면 확 엎어버리리라 맘 먹었다.
근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첨 먹어보는 거였지만 굉장히 고소하고 씹는 맛도 좋았다.
녀석이 "거봐요~~ 등소평이 그것만 먹었다니까요." 하고 자랑을 했다.

확실히 입맛이 도니까 짜증이 봄눈 녹듯 확 가라 앉았다.
아...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매너도 있는 놈 이였다. 의자를 빼주고 젓가락과 숟가락을 맞춰주고 그 밑에 냅킨까지 깔아 주었다.

고기도 잘 구워진 것은 내 앞으로 밀어주며 드시라고했다.
그래서 안 마시려던 술을 한 잔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백수--

나는 전생에 웨이터 였나 보다.
어디 들어가서 앉기만 하면 자동으로 세팅을 해야 직성이 풀리니...
고기도 남이 뒤집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근데 이상했다.
아까 그렇게 생각이 나더니 몇 개 먹고 나니까 별루 땡기질 않았다.

아무래도 입덧을 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걔한테 다 밀어줬더니 우걱우걱 잘도 씹는다. 배가 몹시 고팠나 보다....

난 술이 고팠나 보다....따끈한 어묵 국물에 소주가 잘도 넘어갔다.
약기운이 조금씩 도는거 같았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할지 고민이 됐다.
...짤린 직장을 댈까.....아니지 재수씨가 저 녀석 논다고 말해 버렸으면 어쩌지....

젠장 이래서 여자 만나는게 싫다니까....


--백조--

무슨 일 하시냐고 물어 보고 싶었지만 내 처지 땜에 그럴수도 없었다....ㅜ.ㅜ
짤리기 전에 내 발로 걸어 나올 때는 내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땐 정말 괴롭다....ㅜ.ㅜ
어느덧 소주가 2병이 비워져 가고 있었다.
이제 결혼 한 애 얘기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름기를 먹어서 그런지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났다.
근데 저 놈이 그냥 집에 간다 그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수 엄씨 캔맥주나 사들고 가서 신세한탄을
해야 하는 구나 하는 우울한 상상을 했다.

근데 놈이 맥주 한잔 어떠시냐고 물어본다. 당근 O.K 였다!!
아차차....넘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되지......


--백수--

뭐.....먹자는거 빼지 않고 잘 먹는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 다시 안 볼 앤데....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 하고 헤어지자고 했다.

내 전공 분야였다.
시원하게 500 한 잔 원 샷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젠장....내 친구들은 1000 짜리도 원 샷 하는데.
네잔 째 마시고 화장실에 가는데 띵~ 했다...
아무래도 어제 한 잠도 못 자서 그런 거 같았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눈이 퀭 했다. 으~~ 저 웬수....
그래두 얘기를 나눠보니 괜찮은 애 같았다....근데 나 자신에 대한 얘기를 회피하니까 자꾸 대화가 빙빙 겉도는 거 같았다.

하긴 내가 노는데 쟤가 보태준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자리에 돌아가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 백수 생활한지 6개월 째라고.
순간 걔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자기는 회사 나온지 2년 넘었단다. 백조란다.....그랬구나.....

한바탕 웃고.......노는 사람들끼리 뭐가 좋다구.... 몇 잔을 거푸 들이 마셨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필름이 끊어지고 말았다.....ㅜ.ㅜ


--백조--

놈이 500을 원 샷 하는걸 보니 내 학창시절이 기억났다.
지금은 체력이 딸려 안된다.
생각보다 술을 잘 마셨다....자식이...어제 좀 그렇게 마시지.

나 한잔 마실 동안에 500을 네잔이나 먹더니 화장실에 물을 빼러 갔다.
그 틈을 이용해 집에 전화를 때렸다.

"엄마 나야."
"어~ 왜?"

"엄마는.... 딸이 전화 했는데, 어, 왜가 뭐야. 걱정도 안 돼?"
"어제 은미가 전화해 주더라...너 자고 온다고."

"아유, 알았어. 끊어. 쫌 있다 갈께."
슬펐다.....이젠 체념한 듯, 초연한 엄마의 목소리가 날 아프게 했다....ㅜ.ㅜ


근데 놈이 화장실에 갖다 오더니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날 똑바로 쳐다봤다.
무슨 약물을 투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여....물어 볼게 있는데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는 집에 가서 먹었어야 하는 걸, 하는 후회가 밀려 들었다....ㅜ.ㅜ


"제가 뭐 할 거 같애요?"
".........??"

"제가 사실 놀거든요. 회사 짤린지 6개 월 됐어요."
"예....."

"근데 제 얘길 안하니까....그 뭐랄까....웬지 답답하더라고요. 뭐, 물론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더라구요. 누근가를 만나서 이렇게 짧지 않은 시간 대화를 하는데.....괜히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도 같고요. 그냥 저에 대해서 솔직하고 싶네요."

"아......예."


솔직히 의외였다. 은미 그 기집애도 그런 얘길 안 해줘서. 하긴 물어볼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솔직한 모습이 나쁘지는 않았다.

자식, 근데 벌벌 떨면서 얘길하냐...^^ 무슨 큰 죄 지은 것 처럼.
내 얘길 할 까 말 까.....?
그래 나도 솔직해 지자.


"저겨....짤리신지 6개월 됐다구요?"
"예?...아 예. 그 뭐..곧 일 들어가야죠."

요놈아...^^ 직장 잡기가 그렇게 쉽냐...그럼 내가 2년 넘게 쉬고 있겠냐....
"사실 전..... 짤린지 2년 넘었어요."

미쳤나 보다...이런 말을 이렇게 쉽게....
"예?!!!"

아~ 그자식 사람 민망하게.....

"사실 저도 백수 아니 백조예요."
"......................"

이 자식이 왜 이러나.......


"푸하하하하~~~ !!!!"
"아우, 뭐가 그렇게 웃겨요...."

"악수 한 번 합시다! 아~ 사람이, 진작 얘기하지...암튼 반갑습다!!"

웃긴 놈이 였다.....뭐가 그리 좋다구.

암튼 홀가분한 맘으로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역시 사람은 거짓말 하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놈이 백수라는 걸 털어 놓으니까 엄청 홀가분 하긴 했나보다.

술을 마구 들이 부었다....그러더니.....그냥 잠들어 버렸다.
마치 삶의 모든 긴장을 일순간에 놓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좀 안 돼 보였다.....하긴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놈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가 걱정이었다.
간신히 부축해서 밖으로 나왔다.
힘이 딸려서 잠시 계단에 앉혔다. 웬수가 내 어깨에 기대어 다시 잠이 들었다.
많이 취한 것 같진 않은데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다.

잠시 그대로 있었다. 가볍게 코를 골며 자는데 깨우기가 미안 할 정도로 곤히 잠들어 버렸다.
왠지 모를 측은함에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낄낄거림이 정신을 차리게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쩍 팔려따.....

놈의 핸펀을 꺼내서 집전화번호를 찾아 봤는데 아무것도 입력된 것이 없었다.
고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을 꺼내 뒤졌다. 복권이 나왔다. 눈물났다....꿈도 야무지게 40억 당첨금 짜리였다.

근데 내가 막 지갑을 뒤지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무슨 빽치기 보듯이 했다.
간신히 수첩에서 집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다.
여동생인거 같았다.
누구냐고 해서 얼떨결에 여자친구 라고 했다.
그럴리가 없다는 듯 의심스러워 했다.

아무튼 집이 대림동 쪽 이라는 걸 확인하고, 여동생 보고 나와 있으라 그러고 택시에 태워 보냈다.
집에 들어와 생각하니, 집까지 바래다 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핸드폰에 찍힌 놈의 집 전화번호가 보였다.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머니이신 듯한 분이 받았다.

여보세요~~ 하시는데, 수화기 저 너머에서 "아우~ 오빠 정신 좀 차려~~"
하는 여동생의 괴성이 들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전화를 내려 놓았다.
길고도 험한 1박 2일 이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갱숙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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