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이상진
    
     즐거운 편지 / 황 동 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1958> 
     
    **************
     
    처음에 사랑이 있었다, 마지막에도 사랑이 있을 것이다 
     
     
    베토벤 "Romance" 2번 F장조 O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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