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언즈,
그 남국의 정열이 아름다운 곳


몸도 마음도 태양에 불타는 케언즈. 사철 여름만 존재하는 그곳에 가면
지상 최고의 파라다이스를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 끝을 모를 정도로 너른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안에 수줍게 숨어 있는 산호초,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한 열대 우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휴양객들의 여유 있는 발걸음은
캐언즈의 매력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야행열차를 탄 느낌을 주는 밤 비행기로 선잠에 시달리다 케언즈 공항에 내린 시간은 새벽 5시경. 1시간의 시차만 있을 뿐이니 하룻밤의 시간과 숙박비는 번 셈이었다. 그러나 저녁에 탑승, 기내 1박은 누구에게나 몹시 피곤한 여행 일정의 시작으로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레포츠의 천국 케언즈

입고 온 두툼한 옷을 벗고 반바지 차림으로 공항을 나서자 열대 특유의 '훅'하는 열기와 습도가 느껴진다. 아직 미명인데도 이 정도이니 더위 걱정에 눈앞이 캄캄했다.

공항에서 케언즈 시내까지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차창으로 보이는 케언즈는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로보다 더 많은 잔디밭과 나무, 꽃, 심지어는 넓은 사탕수수밭에서도 자연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새벽 이슬에 젖은 거리는 지금 막 스프링쿨러의 물세례를 받은 듯 신선하다.

케언즈는 아주 조용하고 조그마한 도시이다.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한해에 200만명이상이 다녀가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시내라고 할만한 곳은 걸어서 돌아다녀도 충분할 만큼 작은 곳으로 사람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선착장 주변에는 웃옷을 벗은 남자, 비키니 차림의 여자 할 것 없이 맨 발의 젊은이와 간편한 차림의 노인들이 북적거렸다. 생각보다 동양인이 많지 않았고 은퇴한 호주 사람들이 휴양차 이 도시에 많이 와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이미 유명해진 골드코스트쪽보다 한적하고 쿠란다와 가까운 케언즈를 호주인 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린 섬에서의 바다속 구경

그들과 어울려 나 역시 해풍에 잔뜩 취하며 산호섬인 그린 섬으로 가는 크루즈에 몸을 맡긴다. 이미 하프 투어는 시작된 시간, 피치로이섬까지 다녀오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으나 여유있게 산호섬의 낭만을 즐기기로 했다.

케언즈를 유명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 접해 있는 해안 도시이기 때문이다. 산호초로 섬을 이루고 산맥같이 형성된 이 대보초(大堡礎)는 지구 밖에서 볼 수 있는 지구의 유일한 생물이다. 그러나 땅을 딛고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린 섬에서 글라스 보텀 보트를 타고 보는 아름다운 바다밑 산호나 열대의 물고기를 혹은 스노클링으로 직접 물속에 들어가 확인하는 것뿐이다.

지금 가고 있는 그린 섬은 일본의 미야코 그룹이 50년동안 장기 임대해서 개발한 섬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배안에는 의의로 많은 일본인이 있었고 승무원에도 일본인이 몇 명 있어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잘 손질된 그린 섬은 입구에서부터 해양 스포츠와 모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천국 같다. 모래 사장에 일광욕하는 사람들, 해수욕과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안전 장비를 갖추고 보트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 멀리 패러세일링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저걸 타면 대보초를 볼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참기로 했다.

섬 중앙에 작은 풀과 스낵 바, 간단한 야외 식당이 있었고 주위로 숲과 오솔길, 그리고 해안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1시간이면 족히 섬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섬, 수심도 상당히 얕아 보였다.

호주달러 9불을 주고 빌린 스노클링 장비는 오리발 같은 물갈퀴와 물안경 그리고 호흡을 하기 위한 대롱이 전부였다. 물갈퀴 신을 신고 발을 저으면 보통 수영할 때 보다 훨씬 빨리 쉽게 나아 갈 수가 있다. 해안 가까이 에는 산호 밭이 널려 있어 1m정도 깊이에 들어가도 산호를 감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대롱에 물이 들어와 당황도 했고, 산호 밭은 그 바닥이 보이지 않아 발 딛기가 두려웠으나 곧 익숙해졌다.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가진 산호를 쫓으며 바다 속을 들락날락했고 시간이 지나자 다이빙을 통해 더 깊은 물 속의 산호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예약 문화가 철저한 이곳 호주에서 미리 예약해 두었던 글래스 바텀을 타고 나가 볼 수밖에.

유리로 된 보트 바닥을 통해 바다 밑 산호를 감상하는 글래스 바텀 보트로 약 1시간동안 진기한 산호초와 각양 각색의 열대어를 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곱고 다양한 종류의 바다속 생물과 그 빛깔은 신비 그 자체였다. 운 좋게도 상어와 돌고래도 볼 수 있었다. 글래스 바텀 보트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아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케언즈에서의 아주 특별한 볼거리였다.

쿠란다에서의 정글투어

케언즈에서는 가까운 지역에서 서로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해양 스포츠 이외에도 열대 정글의 체험이나 아름다운 해안 계곡 투어 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고 그것을 널리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케언즈에 와서 빠뜨리지 않는 특별한 관광 코스는 쿠란다행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케언즈역에서 아침 8시 30분 출발하는 관광 열차는 100년전 발견된 쿠란다의 금광을 채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열차이다.

전원의 평화로움이란 케언즈에서의 첫 인상은 열차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지난 다음부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하긴 이 큰 대륙이 어떻게 초원지대로만 되어 있겠는가. 쿠란다는 호주에서도 드문 고원지대였다.

쿠란다행 열차는 마치 등산 열차같이 힘겹게 올라가며 고원 계곡의 폭포와 골짜기를 눈앞에 펼쳐 놓았다. 오래 전에 가보았던 그랜드 캐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거대하게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폭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울창한 산림은 전혀 다른 지형적 특징을 말해주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그랜드 캐년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계곡의 절경에 취해 아토니 폭포와 바론 폭포의 하얀 물줄기를 스치듯 지나고 나니 마치 저 아래 인간 세상을 떠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기분에 100년 전통의 쿠란다 트레인이 그 명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인 듯 싶다.

여러 종류의 열대 식물로 분위기를 살린 쿠란다역에 도착했다. 몇몇의 관광객 이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이 곳에서는 세계 최대라고 하는 보호 구역내 나비를 볼 수 있었다. 호주 달러 10불이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닌데 조류 전문가가 아닌 나는 솔직히 말해 실망했다. 그 진귀성 여부를 떠나 작은 온실 안에서 퍼덕이는 나비들이 어쩐지 어색해 보였다.

케네디 하이웨이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만나게 되는 레인포레스트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아미덕 투어는 별스런 경험이었다. 2차 대전 당시 수륙 양용으로 쓰던 차를 개조하여 정글과 호수 지역을 돌아보는 아미덕은 호주의 열대 우림을 학습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유카리나무(호주인은 검트리라고 부른다)는 코알라가 좋아하고 껍질을 벗는 특성이 있다는 등에서 쉽게 눈에 띄는 물도마뱀 등 열대 야생의 동물까지 자연 학습장이 되었다.

또한 이 곳에서는 원주민의 생활 단면을 보고 부메랑 던지기도 직접 해 볼 수 있었다. 동남아 계통으로 보이는 넓은 얼굴에 유난히 긴 팔이 무척이나 유순해 보이는 사람들. 그러나 뱀을 숭상하는 그들의 파마기리춤(원주민 민속춤) 공연은 무척 격렬하면서도 사실적이었다.

뒤늦게 개발된 관광지이지만 원주민의 삶과 열대 우림의 진풍경, 대분수령을 넘는 듯한 철길여행 등은 쿠란다 관광은 매력 투성이였다.

케언즈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보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그대로인 자연의 모습이다. 맑고 깨끗한 공기와 이 대륙에서만 볼 수 있는 캥거루, 코알라 등의 유대류 동물. 산을 파랗게 보이게 하는 호주의 가장 많은 나무 유카리투스. 초원을 한가로이 거닐며 즐겨 볼 수 있는 골프와 승마의 기회. 아찔함을 잔뜩 맛볼 수 있는 번지점프와 래프팅. 다양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 이 모든 것이 친절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이곳 사람들과 풍부한 먹거리로 더욱 빛났다. 잃어버린 낙원이 여기일까? 케언즈에서의 며칠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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