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클로니
저녁의 연인들 / 황 학 주
침대처럼 사실은 마음이란 너무 작아서
뒤척이기만 하지 여태도 제 마음 한번 멀리 벗어나지 못했으니
나만이 당신에게 다녀오곤 하던 밤이 가장 컸습니다
이제 찾아오는 모든 저녁의 애인들이
인적 드문 길을 한동안 잡아들 수 있도록
당신이 나를 수습할 수 있도록
올리브나무 세 그루만 마당에 심었으면
진흙탕을 걷어내고
진흙탕의 뒤를 따라오는 웅덩이를 걷어낼 때까지
사랑은 발을 벗어 단풍물 들이며 걷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어디 사는지 나를 찾지도 않았을
매 순간 당신이 있었던 옹이 박인 허리 근처가 아득합니다
내가 가고,
나는 없지만 당신이 나와 다른 이유로 울더라도
나를 배경으로 저물다 보면
역 광장 국수 만 불빛에 서서 먹은 추운 세월들이
쏘옥 빠진 올리브나무로
쓸어둔 마당가에 꽂혀 있기도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올리브나무로 내 생애 들러주었으니
이제 운동도 시작하고 오래 살기만 하면,
<2006년>
사랑은 회색 지대… 반은 낮 반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