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영상의 이 영화는 가족과 사회적 지위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서커스단에서 줄을 타는 아름다운 소녀와 열애에 빠지는 젊은 장교의 실화를 영화로 그려냈다. 전쟁을 혐오하는 육군 중위 식스틴(토미 베그렌)은 아내와 두 아이를 버리고 서커스단의 줄 타는 소녀 엘비라 마디간 (피아 데게마르크)과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난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도피행각을 쫓아 가는데 그 도피는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하다. 희망없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두려움 없는 경솔한 삶을 살면서 자신들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길로 치닫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당시 17살이었던 스웨덴의 발레리나 피아 데게르마르크는 이 영화 한 편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청순하기 이를 데 없는 외모의 그녀는 67년 칸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이듬해에 또 한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엘비라 마디간으로 남겨놓은 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던 탓 인지 그 영화는 이내 잊혀지고 말았다. 피아 데게르마르크는 두 편의 영화만 남겨놓고 자신의 본업인 발레리나로 돌아갔다. 엘비라 마디간에서 흐르는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빌보드 톱10에 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 영화 OST를 연주했던 피아니스트는 게자 안다(1921~1976). 그는 모짜르트 연주에 능했던 헝가리 태생의 피아니스트로 연주 또한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훌륭하다. 모기업의 CF에 등장했던 유명한 장면, 서로 다투던 남녀가 '미안하다'는 쪽지를 적어 시냇물 아래로 흘려보내던 모습도 바로 이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지만, 차마 쏘지 못한다. 그때 어디선가 나비 한마리가 나풀나풀 날아온다. 그녀는 나비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그 나비를 쫓아가고 그녀에게 잡힌 나비가 마악 손에서 떠나려는 순간 화면이 정지 되며, 곧 이어 들려오는 두 발의 총성. 아름다운 초원에서, 인상파 그림 같은 햇살을 역광으로 받으면서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죽어간다. 참으로 지독한 낭만주의다. Elvira Madigan - Zamfir 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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