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1974>

       

      주(註) : 문의(文義)-충북청원군의 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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